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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박지원 교수[左]와 마취통증의학과 서정화 교수[右] |
겸손의 말로 자신들을 낮췄지만 묻어나는 여유로움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이 여유로움 뒤에는 환자 수술 시기를 정하는 것부터 마취, 수술, 합병증 발생 등 위급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력까지 코두 뒷받침됐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나 같아도 외과는…"이라는 수군거림이 일은지 오래고 의술의 꽃으로 한 때는 군림했으나 외과의 비극적 결말을 예견하는 듯한 목소리는 여전히 맴돌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역시 예년에 비해 상황은 좋아졌지만 젊은 의사들로부터 외면받기 일쑤였던 진료과다. 단순히 힘들다, 위기다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오롯이 대한민국 대장암 수술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서울대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외과 박지원 교수와 마취통증의학과 서정화 교수다.
"한국 대장암 증가세 심상찮아"…소통과 협진이 '경쟁력'
대장암은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최근 10년 사이 발생률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다. 위암이 점차 줄어드는 추이인 반면, 대장암은 10년 동안 60% 가량 증가할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2년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전체 암종 중 3위다. 남자 중에서 2위, 여자 3위 정도이며 발생률이 연간 5.2%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그 가운데 서울대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의 성장이 괄목할만하다. 서울대 암병원 오픈 이후 각 센터들은 각각 '특성화'와 '전문화'를 내세워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박지원 교수는 "대장암센터에서는 여러 분과들이 협진하는데 1주일에 한 번 정도 외과,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이 모여 한 과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케이스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며 이를 경쟁력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비단 정규 회의가 아니더라도, 급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에는 다른 과와도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연락하고 협업해서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센터 내 많은 진료과가 얽혀 있기 때문에 심심찮게 의견 차가 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박 교수는 "당연히 이견이 발생한다. 하지만 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협의점을 찾는다"며 "기존에는 과별로 진행된 부분이 많았지만 최근에 대장암센터가 생기면서 다른 과와 논의하고 협조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시절만 해도 내과 또는 외과에서 결정했다고 하면 다시 조율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환자 중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세계적 수준 어깨 나란히…타 기관 공동연구로 발전 모색
그렇다면 국내 대장암 수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을까. 외과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최소침습수술, 즉 복강경, 로봇수술 같은 경우에는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대장암은 직장암과 결장암으로 나뉘는데 결장암은 복강경 수술이 이미 하나의 표준 수술로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직장암은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고무적인 것은 서울대병원, 국립암센터, 분당서울대병원 등 세 기관에서 직장암 수술에 대한 데이터를 란셋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라는 의학저널에 발표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직장암의 복강경 수술에 대한 임상 데이터인데 제대로 된 직장암 연구에서는 세계 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로봇수술도 한국에서 상당 부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장암 치료에 있어선 개복수술이 전통적인 수술법으로, 수술 부위를 노출시키기 위해서 확실한 절개창을 내고 수술하는 방법이다.
지금은 워낙 최소침습술이 강조되면서 개복수술에 대한 관심이 조금 낮아진 분위기인데 아주 진행된 암이나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불가능한 케이스 등은 개복수술이 가장 기본이 되는 수술이다.
박 교수는 "최근 복강경 수술에 대한 근거가 계속 발표되면서 환자들도 수술에서 회복까지 시간은 단축시키면서 덜 아픈 것에 집중하게 됐다"며 "이런 최소침습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최근 나온 자료에 따르면 2013년 65% 정도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고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직접 실시하는 수술 건수도 엄청나지만 그 와중에 쉬지 않고 꾸준히 논문 발표까지 한다는 그들에게 어찌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있을까. '맥박'으로 불러도 과하지 않을 이들이다.
생명의 최전선 '마취'도 다양한 술기에 맞춰 변화 흐름
주목할만한 것은 다양한 수술법이 나옴에 따라 마취 역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대목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서정화 교수는 "보통 일반인들은 마취약만 주면 환자가 잠이 들고 그냥 가만히 놔두면 수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수술 자극에 따라 마취 깊이를 조절하고, 활력 징후(체온, 호흡, 맥박, 혈압)를 안정되게 유지해야 하는 동적인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같은 수술이라 하더라도 건강한 사람이 받느냐 기저질환이 많은 환자가 받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개복 수술이냐 로봇수술이냐에 따라 고려할 점이 달라진다.
예컨대, 어떤 마취제를 쓸 것인지, 활력 징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수액은 어떤 걸 선택할지, 어떤 기준으로 수혈요법을 시작해야 할지 등등 환자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서 교수는 "마취과 약물도 수술방법의 개선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다"며 "전신마취를 하기 위해서는 근육의 수축을 막아주는 근육이완제가 필요한데 한 번 투여하면 약효가 오래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엔 약효 시간이 짧고 부작용을 줄인 약제도 개발됐다.
서 교수는 "이런 약제들로 근육이완제의 농도 등을 즉각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며 "근육이완을 매우 빠르게 역전시켜주는 약도 최근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우리나라 현 의료체계 하에서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서 교수는 "수술을 하면 이에 따라 마취를 관리하는 사람이 1명 이상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안 되는 병원들이 있다"고 짚었다.
수술실은 5개 인데 마취과 의사는 2명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급 및 공급으로 인해 발생한다.
서 교수는 "다행히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은 마취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며 "수술방별로 전담하는 마취과 의사가 있고 순차적으로 방을 관리하는 마취과 의사가 있어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시스템이 서울대병원의 저력으로 빛을 발한다. 서 교수는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돌발 상황 때문에 의료진들이 적재적소에 포진돼 있다"며 "단, 시스템을 잘 구축하기 위해선 의료진 간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수술 주도 '외과'-조력자 역할 '마취과' 협력 필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은 수술을 주도하는 외과와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는 마취통증의학과의 협력이다.
박지원 교수는 "외과 입장에서는 마취과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그도 그럴 것이 수술할 때는 환자 상태에 대해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꼽았다.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대장암센터에서 지금까지 이들이 그려온 궤적도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의 역할이 훨씬 중요한 이유다.
박 교수는 "마취과와 미리 수술 과정을 함께 논의하면서 대처 방법을 논의하면 수술 결과를 더 좋게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교수와 서정화 교수는 이 곳에서 함께 수련생활을 했다. 그만큼 호흡을 맞춰왔기에 수술실 내에서도 손발을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터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그들에게는 아직 무한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서정화 교수는 "각 과가 협조를 통해 가장 좋은 수술 결과를 낼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환자를 주로 관리하는 과가 외과이지만 혼자 해결할 수 없어 타 과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햇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마취과 전문의를 조력자로만 바라보지만 수술 등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는 환자와 직결돼 있는 과인 만큼 위상이 강화됐으면 좋겠다"면서 "각 진료과가 유기적으로 협조해 능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환자 진료의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