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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병원 부지에는 의료시설 외 독립된 연구공간이 있다. 330평 규모 한 층에는 ‘국가지정 소화기질환 의료제품 유효성 평가 서비스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보통 연구기관이라면 칙칙한 분위기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인하대병원 유효성 평가 서비스센터는 달랐다. 입구에서부터 화사한 그린 톤이 눈에 들어왔다.
걸걸한 목소리를 가진 이돈행 교수(소화기내과)가 “우리는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제약·의료기기 업계를 지원하길 원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라며 맞아줬다. 이돈행 교수는 ‘달변가’이자 ‘산업 생태계 전문가’였다.
지난달 인하대병원은 보건복지부 ‘T2B’(Technology to Business) 기반구축사업에서 소화기질환 분야에 선정됐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운영한 1단계 사업에서 이미 센터 운영능력을 검증받은 인하대병원은 T2B 선정을 계기로 업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돈행 교수[사진]는 “업체 종사자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분야별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과연 산업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임상연구가 무엇인가를 철저하게 분석했다”고 운을 뗐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은 ‘의료진과 업계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의료진 아이디어를 상용화시킴으로써 수출 경쟁력 제고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상용화 단계에서 아이디어가 폐기처분되는 사례를 일컫는 ‘죽음의 계곡’ 때문에 신제품 개발에 엄두조차 못 내겠다는 하소연이 업계에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다.
다행히 이번 T2B 사업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향후 5년 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돈행 교수도 동의를 표했다.
그는 “의료기관과 임상의사에게 임상시험 및 각종 연구를 맡기는 이유는 의료진 수요를 적극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센터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상용화까지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사항을 지원할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고 확언했다.
이돈행 교수에 따르면 소화기질환은 1년에 약 2500만건 진료가 있을 정도로 빈도가 많다. 특히 각종 기능성 질환과 맞물려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하므로 수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돈행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기업이 수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왜 국내에서 받은 인증 결과는 해외에서 통하지 않는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부분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임상시험 평가 수준 자체가 낮지는 않다”며 “아직 FDA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번 T2B 사업처럼 질환별 특화 지원 전략을 전개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산업에서도 ‘삼성전자·현대자동차’ 탄생해야”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일부 산업은 전 세계를 호령할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돈행 교수는 하루빨리 제약,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이 같은 성과가 나오기를 고대했다.
이돈행 교수는 “소화기질환은 제약과 의료기기산업 모두 해당하는 진료과”라며 “인하대병원은 임상시험 등에 서 업계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재 인하대병원 동물실험실에는 대(大)동물 내시경 센터가 운용되고 있다. 돼지와 같은 동물에게 내시경 장비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이미 마련된 것이다.
이돈행 교수는 “개인 또는 벤처기업처럼 소규모 집단에서는 임상적 시장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약자를 위한 고객 중심의 각종 임상시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향후 국가 연구과제는 단순히 지원금을 제공하는 형태로 끝나선 안 된다.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까지 상용화가 되는지, 또 산업 생태계 및 올바른 개발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지 등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