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전공의 교육수련 및 공통역량 교육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여건상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어렵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지난 11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은 서울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 ‘전공의 교육수련 및 공통역량교육에 대한 실태와 인식조사’결과를 보고하고, 이에 대한 토론을 가졌다.
공통역량이란 병원 내 의사소통과 협력, 환자와의 관계, 환자안전 및 보호, 윤리와 법 등 인문사회학적 덕목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는 전체 26개 전문과목 학회의 역량 중심, 성과 바탕 수련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처음 시행된 조사이며 지난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외부연구 공모과제였다.
■ 의평원 “전공의 공통역량 교육 및 평가체계 마련 시급”
연구조사 결과에 따라 '전공의에 대한 공통역량 교육 및 평가가 필요하다'는 게 의평원의 제언이다.
의평원 전문역량평가단 졸업후교육발전위원회 이선우 충남의대 교수는 “많은 의료선진국에서는 전문의 전공 수련 과정이 표준화돼서 확립됐고, 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각 전문학회 별 목표 결정이 선행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우리나라는 10년 전부터 기본 의학교육과정에서 공통역량교육이 실시된 상태이지만, 전공의 교육수련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라며 “전공의 공통역량 교육 실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교수는 “의료기술이 매우 발달돼있고 의료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기본의학교육과정도 세계 문턱에 와있지만, 전공의 교육만 시대에 많이 뒤떨어져 있다”며 “공통역량에 대한 교육 및 평가체계는 거의 없고, 전문역량 또한 수준이 많이 떨어져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교육’에 대한 문화와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영창 의평원 전문역량평가단장(순천향대 교수)는 “레지던트에 대한 트레이닝과 에듀케이션은 같은 게 아니다. ‘트레이닝’은 쉽게 말해 도제식이다. 자기의 스승까지만 도달하면 되는 거다. 하지만 ‘에듀케이션’은 자신의 스승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것”이라며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레지던트 교육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김영창 교수는 “레지던트 교육에 있어서 이해 당사자가 많다. 전공의와 병원협회, 정부 등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첨예하게 얽혀있고 이에 따른 재정 마련 문제도 있다”며 “의학계가 큰 그림을 그려서 레지던트 트레이닝에 대한 학술대회를 열어보자고 제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게 아니다. 26개 전문과목 학회의 레지던트 교육 학술대회를 통해 다른 과에서는 어떤 목표와 교육체계를 두고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공유하고 좋은 방식을 차용하면서 레지던트 교육 표준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 선행돼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공통역량 교육 및 평가도 수련시간 단축이 선행돼야 실현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전공의는 피교육자이기 때문에 전공의 개개인에 대한 교육과 평가가 필요하다. 문제는 선진국의 경우 양적으로 전공의 수련 시간이 단축돼있는 상태에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수련의 양을 줄이고, 개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된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공의 한테 알맞은 평가 방식을 구상해 시행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수련지도전문의 평가 과정에서 전공의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송 회장은 “전공의가 전문의 교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익명성이 전혀 보장되고 있지 않다”며 “이는 전공의 숫자가 적기 때문인데, 다른 나라의 경우 지도전문의에 대한 평가를 3년간 축적해 밝히거나, 특정 군(群)별로 평가 및 보고하는 식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막대한 비용 어떻게 마련될 것인가”
이윤성 대한의학회 회장은 “역량 중심의 교육과 평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여건과 사정이 너무나도 다르다”며 “의평원의 구상들이 돈이 없으면 안 되는 프로그램 아니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선진국의 경우 전공의 수련 및 교육에 대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이를 위한 돈을 내면 문제가 없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