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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腦)가 미래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군사목적 염두 뇌 공학 투자경쟁…"핵기술처럼 뇌 공학 기술도 의료-무기 이중용도"
[ 2015년 09월 16일 13시 17분 ]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래의 전장은 우리의 뇌다?

 

미래의 전장이라면 과학기술 선진국들의 킬러위성 등 우주 무기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구 밖 우주공간이 꼽힌다.

 

그러나 최신 신경 공학 또는 뇌 공학의 발전과 그에 대한 투자 양상을 보면, 두개골에 싸인 '무한한' 뇌 공간이 미래의 전장으로 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미국의 외교·안보전문 매체 포린폴리시 9/10월호가 전망했다.

 

이 매체는 '뇌가 무기화한다'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지난 10여 년간 뇌 공학이 거둔 혁신적 성과들을 따라가면서 그 이면에 도사린 뇌 공학의 무기화 가능성과 과학기술 강국들의 투자 경쟁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국내외적 규범과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뇌 공학자들은 주로 사지마비자의 재활을 돕는 등 의학적 목적에서 연구하고 있으나, 과학기술 강국들은 이미 뇌 공학의 군사적 활용 잠재성에 눈독을 들이고 아군과 적군의 뇌를 조종·지배하는 목적의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중성자 발견 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상공에서 원자폭탄이 터지기까지는 1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뇌 공학의 성과가 현재는 실험실이나 특정조건하에 국한된 단계이지만, 적국이나 테러리스트가 인간의 뇌를 조종하는 신경 공학 기술을 확보해 사용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수도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 의대의 신경과학자 토머스 나셀라리스는 포린 폴리시에 "(뇌 공학적으로) 마음을 읽는 것과 같은 기술은 조만간 확보될 것"이라며 "우리 생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축구대회의 시축을 맡은 이는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29세 청년 줄리아노 핀토였다. 듀크대의 신경과학자 미구엘 니콜레리스가 개발한 뇌-기계연결기술(BMI) 덕분이었다. 

 

로봇 외골격을 입은 핀토가 공을 차려고 의도할 때 발생하는 뇌파를 머리에 모자처럼 쓴 장치가 읽어서 그의 등에 멘 컴퓨터에 전달하면 컴퓨터가 차라는 명령을 로봇 외골격에 전해 로봇 다리가 공을 차는 방식이다.

 

이보다 8년 전인 2006년 브라운대의 신경과학자 존 도노휴 팀이 선보인 BMI는 목 아래가 마비된 26세 청년의 뇌 속에 전극 100개를 단 5mm 정도의 전자칩을 넣어 팔운동을 담당하는 운동 피질 위에 위치시켰다. 이를 유선으로 컴퓨터에 연결한 결과 생각만으로 커서를 움직이고 이메일을 열어볼 수 있게 됐다.

 

듀크대의 니콜레리스가 올해 '뇌망(brainet)'이라고 이름붙여 발표한 뇌 공학적 최신 진보는 뇌와 뇌간 협력을 통해, 예컨대 신경 손상을 입어 신체 일부가 마비된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뇌간 상호작용을 통해 마비환자의 재활을 촉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포린 폴리시는 설명했다.

 

니콜레리스는 각각 다른 방에 있는 원숭이가 서로 연결된 컴퓨터를 보면서 화면에 뜬 가상의 팔을 뇌에 심은 전극을 통해 움직여서 회면 상의 목표를 맞추면 맛있는 주스를 보상으로 주는 실험을 했다.

 

특히 한 원숭이가 보는 팔은 수평으로만 움직일 수 있고 다른 원숭이는 수직으로만 움직일 수 있도록 조건을 부여했으나, 두 원숭이는 연상을 통해 특정방식으로 생각하면 화면 상의 팔을 위아래와 좌우로 움직여 목표물을 맞출 수 있음을 파악해 계속 목표물을 맞췄다. 

 

매사추세츠공대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도네가와 스스무가 2013년 쥐를 이용해 한 '거짓 기억' 실험은 실제 충격을 경험하지 않고도 그 충격에 따른 공포에 마비되는 결과를 얻었다. 

 

이것이 기억을 심는 것이라면, 그로부터 2년 뒤 스크립스연구소의 쥐 실험은 쥐에 화합물을 먹여서 다른 기억은 건드리지 않고 특정 기억만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특정 기억 제거 기술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유에 활용될 수 있다.

 

이런 뇌 공학 연구와 실험들은 각종 신경관련 질환들의 치료·예방이라는 의학적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군사적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뇌 공학의 기술도 핵기술처럼 "이중 용도" 기술인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이나 자폐증 진단을 위한 뇌주사기계는 누군가의 내밀한 생각을 읽도록 발전할 수 있고, 신체마비 환자를 위해 생각만으로 로봇 장구를 움직일 수 있는 뇌-컴퓨터연결 기술은 초인적인 군인을 만드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또 정신퇴화를 막기 위해 고안된 장치는 아군이나 적군의 머릿속에 새로운 기억을 심거나 기존 기억을 없애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니콜레리스의 '뇌망' 기술을 논리적 극단으로 끌고 가면 두 사람 이상의 뇌 신호를 통합해 `슈퍼 전사'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펜실베이니아대 생명윤리학자 조너던 모레노는 주장했다.

 

외교와 정치사에 정통한 헨리 키신저 같은 인물의 지식과 군사전략에 정통한 누군가의 지식, 또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기술자 같은 이의 지식을 모두 합친 사람을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이는 아직은 공상과학 소설 영역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실화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미 국방부의 첨단 과학연구와 개발을 개척해나가는 기관으로 유명한 DARPA는 지난해 인간의 충동을 탐지하고 억제하는 삽입장치 개발에 착수했다.

 

전장에서 돌아온 재향군인들이 약물중독이나 우울증을 앓는 것을 치료하려는 것이지만, 이런 종류의 기술이 무기화하고, 그것이 '나쁜 놈들' 손에 들어가는 상황은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조지타운대 의대의 신경 윤리학자 제임스 죠르다노는 "비국가 집단이나 개인이 신경과학 기술이나 신경 공학을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언제 누가 사용할 것이냐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미국은 3년간 수억 달러를 들이는 브레인(BRAIN. 혁신적인 뇌공학을 통한 뇌연구의 약칭) 계획을 지난 2013년 출범했다. 참여한 5개 기관 중 하나인 국립보건원(NIH)은 앞으로 12년간 45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같은 해 시작한 인간 뇌계획(HBP)에 10년간 13억 4천만 달러를 들일 예정이다. 미국의 브레인계획이나 유럽연합의 인간 뇌 계획 모두 인간 뇌 구조의 지도를 만들고 뇌신경의 전자적 활동을 읽을 수 있는 혁신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뒤질세라 일본도 지난해 '뇌/마음(Brain/MINDS. MINDS는 질병연구 목적의 통합 신경 공학 지도그리기라는 뜻의 약칭)'으로 알려진 유사한 연구계획을 시작했다.

 

뇌 공학의 국가안보용 연구는 역시 미국의 DARPA가 주도하고 있다. 이 기관은 지난 2011년 연간 예산 30억 달러 중 2억 4천만 달러를 뇌 공학 분야 연구에 배정했다. 브레인 계획에도 이미 2억 2천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인도도 자국의 국방연구개발기구(DRDO)를 DARPA 방식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지난 1월 발표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새로 만든 '고등연구재단(FAR)에 1억 달러를 출연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2013년 "미국의 DARPA를 염두에 두고" 유사한 기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며, 유럽엔 지난 2001년 "유럽판 DARPA"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유럽방위국(EDA)이 설립됐다. 

 

포린 폴리시는 핵기술처럼 뇌 공학 기술도 평화와 전쟁, 의료와 무기의 이중용도로 쓰일 수 있는 점을 감안, 신경 윤리학적 논의를 통해 생화학 무기처럼 개발, 생산, 사용을 규제하는 국제규범을 만들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뇌를 다루는 뇌 공학의 특성상 기존의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을 수정해 뇌 공학 기술을 이 국제협약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BWC에 신경 윤리학자들이 참여하는 과학위원회를 이 기구에 설치, 정치인들과 정책수립자들에게 뇌 공학에 내재한 위험성을 숙지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할 것도 이 매체는 제안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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