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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초기 근로계약에서 비롯된 의사와 병원 간 법적 갈등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김연하)는 15년간 근무하다 병원을 그만둔 前 원장 김 모 씨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E의료재단을 상대로 임금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E의료재단이 원고 김씨에게 2억6000만여원을 지급하고 소송비용의 95%는 재단, 5%는 김씨가 각각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김 씨는 해당 의료재단이 운영한 G병원에서 2000년 2월 말부터 일반외과 과장으로 근무했고, 2007년경부터는 원장으로 근무하다가 올해 2월 말 퇴직했다.
재단은 김씨에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원천징수한 근로소득세와 주민세, 건강보험료·국민연금보험료·고용보험료 중 가입자부담금 등을 공제하고 급여로 1300만원 상당을 지급했다.
그러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김 씨는 ‘재단이 퇴직금 2억7900만원 상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단 측은 “처음 근로계약을 맺을 당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약정했으므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사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은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에 위반돼 무효이므로, 재단 측 주장이 이유가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의 핵심이다.
재단 측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월급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을 맺었으며 이에 따라 퇴직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재단이 작성한 김 씨의 급여표에 퇴직금과 관련된 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양측이 근로계약을 맺었을 때나 퇴직금 중간정산 확인서를 썼을 당시 퇴직금 분할 약정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씨와 재단이 퇴직금 분할 약정을 했다하더라도, 그 약정은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이므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한 합의가 실제 이뤄지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개별적이고 명시적인 중간정산 요구가 있고 △중간정산 대상 근로기간이 중간정산 요구일 기준 과거 근로기간이어야 하며 △중간정산으로 지급되는 퇴직금 액수가 명확하게 제시돼야 하는데, 이 사건은 이 같은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원고의 근로소득세 등을 대신 납부해뒀는데 퇴직금을 주게 된 이상 대신납부한 근로소득세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을 갖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단이 퇴직금을 지급한 경우 근로소득세 등을 대신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사를 원고에 표시했다는 점에 관해 재단의 주장 및 입증이 없다”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