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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원에 적용되던 진료비 차등수가제가 도입 15년 만에 전격 폐지됐다. 말도, 탈도 많은 제도였던 만큼 폐지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가입자단체 대표들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막판까지 제도의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됐다. 그럼에도 제도 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진료시간 확보라는 두 목적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기인한다. 오는 12월이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진료비 차등수가제. 그 족적은 여러 숫자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정부 공인 진료시간 ‘6분40초’
정부는 지난 2001년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특별 조치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진료비 차등수가제를 도입했다.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집중돼 의사들의 진료시간이 지나치게 짧은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 평균 의사 1명 당 환자 75명까지는 진찰료 100%를 보전해 주지만 100명까지는 90%, 150명까지는 75%, 150명 이상이 넘으면 50%만 인정토록 했다.
정부가 1일 평균 75명 진료를 인정한 셈이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가정할 때 의사들의 평균 진료시간은 환자 1명 당 6분40초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OECD 평균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으로, 신규 환자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 공인 진료시간을 ‘6분40초’로 설정했다.
7205개 동네의원, 실효성 방증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시간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진찰료 삭감을 감수하면서까지 75명의 환자를 초과 진료한 의료기관은 줄어들지 않았다.
실제 최근 5년 간 차등수가를 적용 받은 평균 기관 수는 7205개로, 매년 큰 변동이 없었다. 2010년 7148개, 2011년 6922개, 2012년 7420개, 2013년 7331개, 2014년 7208개였다.
총 의원급 의료기관의 27.9%~29.3%가 차등수가를 적용 받으면서도 환자를 진료했다는 얘기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진료를 받으러온 환자를 되돌려 보낼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의사 1명 당 75명을 초과하더라도 진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즉 환자 분산 책임을 의료기관에게 전가시킨 차등수가제는 실효성 확보가 어려웠음을 방증한다. 때문에 의료계는 줄기차게 제도 폐지를 주장해 왔다.
662억원 중 468억원 특정 4개과 집중
특정 진료과목에 차등수가 피해가 집중된 것 역시 제도의 폐해로 지적된다.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차등수가제가 시행된 15년 동안 28개 진료과목의 총 차감액은 662억원에 달했다.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75명 기준을 초과해 받지 못한 진찰료 총액이다.
하지만 이 총액의 71.6%에 달하는 468억원이 상위 4개과에 집중되는 현상을 연출했다. 차등수가제 피해가 일부 진료과에 편중됐다는 얘기다.
진료과목별로 살펴보면 이비인후과가 18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비율로는 무려 28.2%에 달한다. 이어 정형외과 112억(17.9%), 내과 104억(15.8%), 소아청소년과 65억(9.7%) 순이었다.
때문에 이들 해당 진료과들은 차등수가제 폐지에 반색하지만 나머지 진료과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등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