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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에도 1년 365일 진료 중인 병원. 평일에는 밤 12시까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다.
그 가운데 정부는 현재 15곳인 이 병원을 올해 30곳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의사들의 반발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현재 있는 병원도 운영을 그만둘 정도로 정부, 의료계 모두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일반 병원들이 문을 닫는 시간. 달빛어린이병원은 문을 열고 진료를 시작한다.
평일 밤 12시까지, 주말은 저녁 6시까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365일 진료한다. 진료비도 응급실 이용료가 아닌 다른 병원과 같은 수준이다.
政 “365일 소청과 전문의 만나”…달빛어린이병원 확대
지난 2012년 대구에서 시범사업으로 처음 시작된 달빛어린이병원은 늦은 밤이나 휴일에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비싼 진료비를 내고 큰 병원 응급실을 찾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환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자 보건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을 올 연말까지 전국 15곳에서 3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번 공모부터는 의료진의 야간·휴일진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3개 이내 병·의원이 연합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긍정적 분위기를 점쳤다.
그도 그럴 것이 달빛어린이병원에 지정되면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진에 대한 인건비, 교통비로 사용될 수 있도록 연간 평균 1억8000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다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3명 이상 확보해야 하며 평일엔 밤11시까지, 주말·공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반드시 문을 여는 등의 의무조항을 지켜야 한다.
개원의들 “동네의원 다 죽어” 강경 대응 지속
하지만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은 시행 1년 만에 난관에 봉착해 있다. 현재로썬 달빛어린이병원에 공모할 병원이 나타나질 않을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두 곳이 석 달 만에 지정 취소를 신청했는데 한 곳은 정상 진료를 접고 야간·휴일에만 진료를 보는 부분 운영에 들어갔다.
지역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고 동네의원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냉담한 의료계의 반응이 현 상황을 여실히 증명한다. 당연히 정부 입장에선 이번 추가모집에서 먹구름이 드리워질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김재윤 회장은 “정부가 요구하는 요건은 의사 혼자 진료를 보는 대다수 의원급 소아과가 맞출 수 없다”며 “현재 지정 병원 대부분 규모가 큰 병원인데, 이들이 지원을 받으면서 환자를 끌어가 대형마트처럼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 회장은 “지자체 등 지원을 받지 못한 대다수 의원은 동네 수퍼처럼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달빛어린이병원을 신청하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과 최소 1명 이상의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를 둬야 한다”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동네병원이 과연 몇 곳이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달빛어린이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인근 소아청소년과의원의 환자가 크게 감소하고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의 확대 조치 역시 사실상 거부한 상황이다.
대구시의사회 김용한 법제이사도 “달빛어린이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 1차 의료기관의 붕괴가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면서 “멀리 있는 달빛어린이병원보다는 가까운 동네의원을 활성화해 심야시간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너희만 살려고 하느냐” 같은 소청과 내에서도 파열음
파생되는 진통은 또 있다. 실제 눈에 띄는 대목은 이 사업에 참여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 소재 A병원은 3개월 만에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을 중단했다. 병원에 상주할 전문의 2명이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인근 병·의원과 소청과개원의사회의 반발이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달빛어린이병원에 근무하는 일부 전문의들이 공식 모임 참석도 꺼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번에 지정 취소 요청을 한 병원 원장 B씨는 “지정 병원이 되자 소청과의사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너희만 살려고 정부 지원금을 받느냐’고 매도하는 글이 쏟아졌다”며 “동료 의사들의 따돌림을 견디기 힘들어 그만두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인천시 관계자는 “소속된 단체 내부에서 압박이 가해지다보니 의사들이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 것”이라며 “이는 비단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청과의사회가 회원들에게 비공식적 압력을 넣어 인력 충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단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현황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참여 포기 강요 등 방해시 법적 대응 검토”…실효성 의문
그럼에도 정부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에 있어 변함이 없다. 국민적 혜택이 큰 정책을 의사회의 반대 때문에 중단할 수 없다는 논리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15곳을 추가 지정하겠다”며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참여 포기를 강요하는 등의 방해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라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2012년 3월, 복지부는 심야 소아진료(오후 8시~익일 오전 7시)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한해 진료비를 100% 가산해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치도 내놨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소아 심야 진료에 참여해 의료비를 청구한 의원은 870곳으로 2012년 3월 1299곳에 비해 33%(429곳)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병원급 의료기관 역시 365곳에서 290곳으로 20%(75곳) 줄었다.
참여하는 병원이 많지 않은데다 환자들마저 외면해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를 향한 비판적 시각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정작 지정받은 의료기관이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국회에서도 일고 제기되는 실정이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진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0개소 확대 지정이 예정돼 있었지만 부산일신기독병원과 인천한림병원, 충남유니연합병원이 지정 취소를 요청했다.
이 의원은 “전문의 확보에 난항이 생기는 데다 의사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복지부는 소청과의사회 면담 외엔 별다른 소통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달빛어린이병원 기본 취지가 평일야간·휴일에 소아경증환자에게 비교적 저렴한 진료비에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같은 기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상생 발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가 확대 모집 불구 신청 단 ‘한 곳’ 불과
그 가운데 달빛어린이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진 회유 등의 압력을 행사, 해당 병원들의 참여 포기를 유도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까지 예고했지만 변화 기류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실제 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참여 포기 강요 사례 발생 시 위법성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아 환자들의 진료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하겠다는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달빛어린이병원을 기존 15개에서 30개로 확대키로 하고 신청을 받았지만 지난 9월 11일 마감결과 단 1곳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임호근 과장은 “소청과 개원가의 영향으로 달빛어린이병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꼭 필요한 제도인 만큼 계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환자의 진료권 보장이라는 취지를 이해해 주기 바란다”면서 “개원가의 경영난은 수가 재조정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이환자들이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에 일부 직능의 이해관계가 작용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또 “제도의 안정적 도입을 위해서라도 향후 달빛어린이병원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소아환자의 건강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는 조만간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 재공모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난항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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