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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29만1703일, 6537번의 실험, 423명의 연구인력.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평균적으로 소요되는 유·무형적 비용이다. 하지만 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개발된 아반디아(로시글리타존), 프렉시즈(루미라콕시브), 리덕틸(시부트라민) 등은 블록버스터로 황금알을 낳다 부작용 때문에 시장 퇴출 신세가 됐다.
부작용을 최소화 한 신약 개발은 제약사들의 화두다. 시판 후 약물의 부작용이 확인되면 그 동안의 시간과 비용은 보상받기 어려워진다.
‘이룸’(Eroom)의 법칙이 증명하듯 1950년 이후 제약사가 연구비를 10억 달러 지출할 때마다 개발되는 신약 수가 매 9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들고 있다. 과거 확인 불가능했던 부작용이 계속 밝혀지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약 출시는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서울대 화학부 박승범 교수[사진]는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징 장비를 활용한 미래형 신약 개발 기법이 국내 제약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박승범 교수는 표적단백질 추적시스템(FITGE)과 유기형광물질 ‘서울플로어’(Seoul-Fluor)를 개발해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월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표적단백질 추적시스템은 신약 후보물질에 광 반응성 물질을 결합시킨 후 세포 내에서 빛을 쪼여 표적단백질과 직접 결합하도록 만든다.
기존과 달리 세포 안으로 직접 들어가 작살과 같은 갈고리로 표적단백질을 낚아채는 새로운 방식이다.
결합한 생리활성 물질은 형광물질로 표지하는데, 이 물질이 서울플로어다. 세포 내 지방방울을 선택적으로 염색해 세포의 표현형 변화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효소들을 세포내에서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처음부터 생명체에 직접 약물을 투입해도 된다.
효소 샘플을 따로 채취해 검사하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약물의 독성까지 한 번에 검증할 수 있게 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에 총 8500억원에 넘긴 내성표적 폐암신약 후보물질 ‘HM61713’도 서울플로어를 활용했다.
이 외에도 현재 당뇨병, 퇴행성 뇌질환(치매, 파킨슨씨병, 루게릭병), 폐혈증과 같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작용기전 물질을 찾아냈고 현재 이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GE헬스케어의 최첨단 세포이미징 플랫폼 'IN Cell Analyzer'시스템과 이차원 전기 영동기법을 서울플로어의 실효성을 검증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박승범 교수는 “글로벌 1위 노바티스의 매출액이 51조인데 현대중공업의 총매출과 같다. 제약산업 순이익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하나가 창출하는 가치는 어마어마하다”며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로 신약 개발보다는 패스트 팔로워에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약품은 7000~8000종인데 대부분 제네릭이다. 국산신약은 26개에 그친다.
박 교수는 “제네릭은 과거에는 안전한 방법이었지만 FTA 체결로 인도, 중국의 저렴한 약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 이제는 실패 확률이 높다”며 “이미징 장비를 활용한 새로운 신약 개발 기법을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Pharma 2020’ 비전을 발표하는 등 신약 개발 지원에 대한 의지가 높다. 2020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와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신약 10개를 개발해 2조3000억원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박승범 교수는 “다수의 국내 제약사에서 서울플로어를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국내 제약사의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상호 시너지를 통해 제약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