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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의료기관 운영질서 확립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 달 사무장병원 형식을 취한 비영리법인은 위법하다는 첫 판례가 나온데 이어 의료생활협동조합의 허점을 이용해 한의원을 운영한 비의료인에게 철퇴가 가해졌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H의료생활협동조합이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낸 설립인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8월 서울시는 동대문구 소재의 H의료생협의 설립 인가를 취소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사장 임모 씨가 서류를 조작해 설립 등기를 낸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의 피의사실에 따르면 임 이사장은 실제로는 출자금을 대납해 놓고는 마치 조합원들이 직접 출자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조합원 권씨, 이씨, 임씨가 각각 600만원씩 총 2400만원을, 그 외 심 씨 등 조합원 408명이 각 1000원씩 출자한 것처럼 조작했다. 검찰은 공소권이 없다는 결론을 냈지만 서울시는 H생협에 설립 취소를 통보했다.
임 이사장은 반발했다. 대납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나친 처분이라는 주장이다.
임 이사장은 “조합원들에게 납입증명서를 발급해줬다”며 “내 출좌좌수가 조합 총 출자좌수의 100분의 20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법에는 3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취소 처분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법원은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합원 명의를 빌려 형식적으로 설립 요건을 충족한 ‘사무장병원’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계좌 거래내역 등 조합원이 출자금을 직접 납부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며 “조합원 403명의 출자액은 40만3000원으로 출자금 총액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단지 300인 규정을 넘기 위해 조합원으로 등재했을 뿐 임 이사장이 대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이사장은 H의료원에서 근무했고, H생협 소재지에서 H한방요양센터를 운영하다가 생협을 설립한 후 H한의원을 개설했다”며 “비의료인이 의료법 위반을 피해 허위로 서류를 조작해 의료기관을 설립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실제 H생협 조합원들은 임 이사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동대문구가 아닌 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또한 H한의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치료를 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
재판부는 “의료생협을 허용하는 것은 조합원 건강 개선을 목적으로 운영되므로 영리 추구에 따른 폐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발기인 대표 1명이 출자금 전부를 대납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데 법이 악용될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 따라서 서울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