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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인문학은 결합될 수 있을까. 의료 영역에서 인문학은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까.’
‘통섭’이 학계 주요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 의료계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의료인문학이란, 의학적 지식과 함께 질병 및 치료제에 대한 역사·정치·사회·경제·문학적 요소 등을 다각적으로 접근해 사유와 성찰하는 것으로 ‘좋은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을 배우는 과정을 뜻한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의사가 환자를 대하고 설득, 동의를 얻어내는 의료행위 과정에서도 철학적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보건의료 맥락과 관련자들의 경험, 비판과 개념 문제들을 다루는 학제 간 또는 다학제 분야로 전문직의 정체성 형성을 돕는 기능을 한다.
최근 국가 차원에서 비상등이 켜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는 의료인문학적 접근과 고찰의 필요성을 새삼 각인시켰다.
이일학 연세의대 교수는 “△메르스 질병의 역사와 발병 배경에 관한 연구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겪는 차별 및 자유의 제약 문제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에 대한 정보 공개 여부 △시민들의 알 권리 문제 등 최근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이 인문학적 요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의료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의료인’이란 어떤 사람일까.
독립적·자발적인 행위와 지적인 저항능력을 갖춘 사람, 사고의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전달하는 사람, 조직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또 비판한 내용을 실행에 옮기고자 하는 정신력과 인내력을 겸비한 사람, 어떻게 하면 그 일을 해낼 수 있는가 뿐만 아니라 애초에 그 일이란 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 등이 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의료인의 윤리의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커지면서 의사들 역시 의료인문학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윤리연구회 운영위원 문지호 원장은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날 때 질병에 대한 접근에서 더 나아가 환자의 삶을 좀 더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환자 치료 효과는 물론 의료인으로서의 본분을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의과대학도 인문학적 교육 강화하는 추세”
이 교수는 “의과대학에서는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고 반성하는 훈련을 시키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글쓰기와 토론 등을 통해 사유와 성찰에 대한 능력을 함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지난 4월 ‘좋은의사연구소’를 개소했다.
이론적 연구로서의 인문학, 교육학, 실천적 연구로서 의학 디자인-미디어와 관련된 최신 연구 동향을 탐색해 의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게 연구소의 목표다.
안덕선 좋은의사연구소 소장은 “가치중립적인 과학이라 하더라도 윤리학적 바탕이 깔려있어야 한다는 게 개소 배경”이라며 “이제 좋은 의사는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좋은 의료에 대한 기준을 의료집단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 소장은 “의사에게 임상적 역량은 필요조건이고 비임상적 역량은 충분조건”이라며 “윤리학, 리더십 등을 갖춘 좋은 의사를 양성해 전문직의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적 기여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정신질환을 의료와 인문학이 합쳐진 형태의 콘텐츠로 접근하는 연구도 의료와 인문학 융합의 한 예다.
아주대학교 의료인문융합콘텐츠센터는 노인 정신건강을 위한 의료인문학 구축을 목표로 의료와 인문학이 융합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연구재단은 2015년도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융합분야(CRC) 신규과제로 ‘고령화 사회의 정신건강을 위한 디지털 품앗이’를 주제로 한 아주대학교 의료인문융합콘텐츠센터(단장 박정식)를 선정했다.
의료인문융합콘텐츠센터가 개발에 착수하는 프로그램은 '디지털 품앗이'이라는 의료인문공동체다.
치매 및 정신질환 관련 주체, 즉 전문가그룹과 환자, 환자가족, 대중, 기관 등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기존 약물 치료나 예방 생활 수칙에 대한 단편적이고 일방향적인 교육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들 사이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예방 및 치료효과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뇌 해부학을 3차원영상 영상으로 풀어내는 계획이다.
박정식 단장은 “뇌의 3차원영상은 노인 정신건강을 위한 의료인문학의 첫 단추”라며 “3차원 생체구조 모사기술에 인문학의 스토리텔링을 가미한다면 의료 교육용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 구성 또한 의학과 인문학이 만났다.
아주의대 홍창형 교수(정신과)·손상준 교수(정신과)·정민석 교수(해부학교실)·김창근 교수(약리학교실) 등 4명의 의대 교수진이 연구에 참여하며, MBC장학퀴즈, 우정의무대 등을 연출했던 주철환 국문과 교수와 <식객>·<미인도>·<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전윤수 문화컨텐츠학과 교수도 센터에서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
그밖에 인문대학·정보통신대학·공과대학 등 다양한 분야 교수들이 핵심연구원으로 센터에 소속돼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의료인문융합콘텐츠센터에 총 연구비 140억원을 지원하며, 예비 CRC 단계인 첫 2년은 연 5억원을 지급하고 연구기간에 따라 매년 균등 또는 차등 분할 지급하게 된다.
최대 7년인 연구기간이 종료돼도 이후 평가를 통해 성과 우수센터에 선정되면 추가로 2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박정식 단장은 “디지털 품앗이는 경제적 차원에서 주체들이 개별화돼 있을 때 중복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고 나아가 초고령 사회에 급속도로 진입하는 데 필요로 하는 국가적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기존 유사사례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연구진의 목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