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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9년. 강산이 여섯 번 바뀌는 세월에도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지역민의 건강을 보살폈다. 의료 불모지의 흔치않은 종합병원이었던 만큼 상업주의적 외도 유혹도 적잖았지만 ‘봉사’란 외길을 고집했다. 환자들 역시 무한 신뢰를 보내며 병원을 찾았다. 그렇게 지역민과 함께한 세월이 59년이다. 가톨릭 성직자 베네딕토의 정신이 투영된 대구파티마병원. 재단법인 대구 포교 베네딕토 수녀회 지원으로 1967년 세워진 이 병원은 단순한 선교 차원을 넘어 이제 대한민국 의료의 산역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병원환경의 소용돌이는 대구파티마병원도 긴장케 하고 있다. 중차대한 기로에 중책을 맡은 박진미 병원장의 어깨는 그래서 더욱 무겁다.
조건없는 선교, 거침없는 발전
대구파티마병원은 1956년 7월 2일 동구 신암동에서 파티마의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1962년 종합병원 인가, 1965년 전공의 수련병원 인가, 2011년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하며 성장했다.
2013년에는 해외환자유치 선도의료기관으로, 지난해에는 대구·경북 신생아집중치료 지역센터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수녀들이 주축이었던 만큼 이 지역 여성건강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1970~1980년대 대구 출신 대부분이 파티마 출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월 평균 수 백건에 달하던 분만건수는 저출산 사회와 여성전문병원들의 잇단 개원으로 현재 100건 내외로 떨어졌지만 대구시민들은 여전히 여성 분야에서는 파티마병원을 꼽는다.
대구파티마병원이 태생의 한계를 넘어 종합병원으로 위용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반이다.
70병상이라는 비교적 적은 규모였지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마취과, 방사선과, 임상병리과 등 필수 진료과목을 모두 갖추고 1962년 당당히 종합병원 인가를 받았다.
또 3년 후인 1965년에는 전공의 수련병원 자격을 얻으며 진료는 물론 의료인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으로의 역할도 수행했다.
조직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선교 목적으로 병원을 설립하고 이끌던 외국 수녀들도 한국 수녀들에게 운영권을 넘겼다.
실제 에델트루드 와이스트 초대 원장과 메리엑네스 살버 2대 원장을 끝으로 대구파티마병원 원장직은 줄곧 우리나라 수녀들이 맡았다.
3대 여귀남 원장과 4대 최수자 원장, 5대 박제윤 원장, 6대 유영희 원장, 7대 장증태 원장에 이어 현 박진미 원장이 지난해 8월 제8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박진미 병원장은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병원, 깨끗하고 친절한 병원, 수준 높은 진료를 행하는 병원, 지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취임 일성을 전했다.
획일적 평가 등 정부의 야속한 정책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급변하는 병원환경 적응은 물론 각종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인류애적 의료를 베풀겠다는 소신을 펼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장 서럽고 먹먹했던 부분은 2차 의료기관의 한계였다. 상급종합병원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진료실적과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신분의 제약 탓에 국책사업 선정에 번번히 실패했다.
특히 신생아집중치료 지역센터 낙방은 충격에 가까웠다. 여성 및 신생아 분야에서 만큼은 특장점을 자신했지만 ‘2차 병원’이라는 정체성이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절치부심(切齒腐心) 끝에 2014년 결국 신생아집중치료 지역센터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박진미 병원장은 “대부분의 국책사업이 대학병원 중심으로 획일적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지방 종합병원들의 특수성을 감안한 새로운 평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러한 환경은 지방 종합병원들의 투자 여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종국에는 의료 질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만큼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비록 국책사업 수혜는 받지 못했지만 대구파티마병원은 거점병원으로서 지역민들에게 상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각종 평가성적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실제 대구파티마병원은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각종 질병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신뢰 받는 병원으로 선정됐다.
특히 대장암, 유방암, 폐암 적정성 평가에서도 1등급을 받으며 암 치료 전문기관임을 입증했다.
병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신 방사선암치료장비인 ‘래피드아크’와 첨단 온열 암치료장비 등을 도입, 암환자 치료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박진미 병원장은 “2차 병원도 얼마든지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싶다”며 “정부가 지방 종합병원들의 고군분투를 꼭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환자의 환자에 의한 환자를 위한 병원
비록 상황은 녹록치 않았지만 박진미 병원장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병원 존재의 이유이자 목표인 ‘환자’가 가장 명확한 해답이었다.
그 소신의 결과물이 바로 ‘환자경험관리’다. 의료진과 직원들이 직접 환자의 입장에서 경험하고 애로점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프로젝트다.
‘브랜드 경험 디자인’은 대표적인 환자경험관리 성과다. 이는 명확하고 일관된 시각언어를 활용해 고객 환대라는 병원의 이미지와 목표를 명쾌하게 전달하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 병원은 한국공공마케팅연구원 탁훈식 원장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4개월에 걸쳐 최종안을 완성했고, 지난 7월부터 병원 전역에 적용 중이다.
특별히 고안된 시각언어는 병원 내 각종 안내판과 홍보물 등에 적용됐다. 병원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효율적인 병원 이용이 가능하다.
실제 각 건물마다 파랑, 초록, 오렌지 색을 배치, 환자들이 색상 만으로 건물 및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브랜드 경험 디자인 덕에 원내 길 묻기 민원은 거의 사라졌다.
박진미 병원장은 “브랜드 경험 디자인 선포를 통해 병원 환대문화 확산을 통한 환자중심병원 실현에 더욱 앞장서는 한편 생명존중의 전인치유 수행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료진 역시 환자경험관리의 예외가 아니다. 각 진료과 의사 1명씩 TF에 참여해 직접 환자의 입장에서 진료를 받고, 병원을 이용하며 개선점 찾기에 나선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료과정을 촬영, 추후 의료진이 모여 녹화된 진료모습을 보며 환자 응대 및 설명 부주의 등을 짚어보는 시간도 갖는다.
특히 섬세한 여성의 특성에 맞춰 유방, 갑상선, 비뇨기과, 산부인과 진료를 한 공간에서 받을 수 있는 여성건강센터 개소 역시 환자경험관리의 결과다.
박진미 병원장은 “환자들이 병원을 집처럼 느끼고 의료진을 가족처럼 여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며 “파티마 간판만 보더라도 희망이 솟구치는 병원이 됐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