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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강경 충수절제술 시행 직후 환자의 심장이 멎었다. 지체 없이 실시한 지속적인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대동맥 박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박리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유족은 심정지의 원인이 박리일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하고 수 시간의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의료진에게 의료과실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의료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정은영)는 망인 정모씨의 유족이 학교법인 K학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배우자 및 자녀에게 4억923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2013년 6월 8일 밤 8시 망인 정씨는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복통이 가라앉지 않자 K학원 산하 I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 병원 소속 외과 전문의 허모씨는 복부 CT검사 결과와 증세를 토대로 급성 충수염으로 진단하고 같은 날 실시한 혈액, 흉부 엑스레이 및 심전도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 없자 복강경 충수절제술 시행했다.
마취과 전문의 황모씨의 감시 하에 정씨는 수술 직후 회복실로 옮겨졌다. 도착 직후 정씨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혈압이 다소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15분 뒤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기관 삽관을 시행하고 응급약물인 에피네프린, 노어에피네프린 및 도파민 투여해 지속적인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정씨는 결국 다음날 오전 8시경 사망했다.
국과수 부검감정인은 “복강경 수술 직후 예기치 못한 원인으로 인해 급격한 사망에 이른 매우 드문 사례로서 대동맥 박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는 소견을 냈다.
이어 “대동맥 박리가 심폐소생술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과 부검으로 밝히기 어려운 치명적 심폐기능 실조가 발생해 사망했을 확률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망인의 배우자 강모씨와 두 자녀는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강씨 측은 “의료진은 심정지, 대동맥 박리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전신마취를 감행했다”며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망인의 심정지가 부작용에 의한 대동맥 박리부터 유발됐는지 여부에 대한 검사 등 적절 조치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다고 바라봤다.
재판부는 “수술 전 복부 CT검사와 망인이 호소한 증상으로는 의료진이 망인에게 이미 대동맥 박리가 존재했다고 볼 수 없었다”며 “또한 수술 및 마취 전 각종 검사와 부검 결과에 나타난 망인 신체 기능 등에 비춰봤을 때 의료진으로서는 마취 영향에 따른 부작용으로 심폐기능 실조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수 시간에 걸쳐 실시한 심폐소생술은 적절한 응급처치였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위급한 상황에서 전신마취 부작용 내지 심폐소생술로 인해 대동맥 박리 등이 발생했음을 확인하기 위한 별도의 검사 등의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수술 후 박리 자체에 대해서 임상적으로 미리 발생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폐소생술 시 외부 물리적 압박에 의해 흉골 혹은 늑골 골절, 심근손상, 심장파열, 심혈관 손상 혹은 과열, 심장 내 출혈 등이 생길 수 있다”며 “의료진의 특별한 과실이 없는 한 일반적인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상 등에 관해 의료진을 탓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