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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제도는 세계의료 선도할까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 2015년 11월 23일 06시 00분 ]

어느덧 2015년이 마지막 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느 해 연말과 같이 여러 가지 이슈를 만들며 여전히 정치권과 이념의 대립 속에 있다.

 

시청 앞 광장은 언제나차럼 전경과 투쟁을 외치는 자들의 대립, 폭력대치 상황, 서로의 이념이 옳다고 외치는 게시판과 댓글 등은 '삐리리-삐삐' 전화모뎀으로 접속하던 천리안 게시판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보건의료인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직역간 대립과 기존 의료영역의 이권싸움은 언급하기조차 진부하다. 몇 십년 싸웠으면 결론이 났을 법도 한데, 사실 15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비단 이는 보건의료 업종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문직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목마름에 졸아 버린 찌게 국물을 떠먹으려는 모습처럼 현재를 완벽히 극복할 특별한 대안이 없는 삶이다.  

 

산업계는 어떠한가. 이미 국가 경제력은 내수 시장의 부재, 이미 커져버린 중국 기업에 경쟁력이 떨어져가는 대한민국은 경제성장률이 3%가 아니라 2%를 턱걸이 하기도 힘들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미 중국은 대한민국을 제치고 EU와 경쟁하는데 반해, 대한민국은 이제 인도와 경쟁하는 상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보건의료산업 역시 2000년 중반 들리던 메가트렌드 아이템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젠다의 중심에조차 세우지 못하고 ‘원격의료’에 매몰돼 화상진료만이 마치 우리 미래 먹거리산업인 것 마냥 국민들에게 호소한다. 세계는 융합산업이 기본이 돼 있으나 대한민국의 사일로는 더욱 높아만 가는 것 같다.

 

정부가 꿈꾸는 의료산업 선도, 무엇부터 해야 하나

 

세계 의료는 이미 왓슨으로 암진료에 적용하고, 3D프린터를 이용한 재생의학, gene단위 맞춤처방을 상용화 하기 직전이다. 우버헬스가 백신 배달 서비스로 확대한다고 하니 한국에서도 더 이상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규제라 생각할지 모른다.

 

헬스스팟(healthspot)과 pateintlikesme.com 등의 정보공유 커뮤니티는 환자가 직접 병원에 내원하는 횟수를 줄이고 의료 주도권과 진료장소를 환자 중심으로 이동시킨다. 의료 표준화를 넘어 환자가 참여하여 제공한 정보로 개인에 맞춘, 예측 가능한 예방적 의료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생체측정 웨어러어블 디바이스의 발전은 만성질환관리를 바꾸고 있다. 세계의 이런 흐름 속에 대한민국의 대기업은 바이오의약품 카피에 주력하고 있다. 어찌 보면 현실파악을 잘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세계화 분위기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의료기술 혁신의 장애물 중 하나를 의료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의료계가 여러가지 이유로 원격의료를 반대하지만 단 한가지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도 여러가지 절차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생략돼 있다.

 

가치(value)를 만들어내는 것은 선행되는 가치와 이를 잇는 가치사슬(value chain)이 있어야 하는데 급하다보니 전단계를 생략하고 넘어가는 모습이랄까?

 

좀 비약해서 말하면 돈이 없다는 이유로 15년 넘게 동안 감옥에 가두어 노동을 시키던 과학자를, 바로 꺼내자마자 위로 한마디 없이, 기술도, 돈도 없는 상태에서 팀을 꾸려 달로 가는 로켓트를 만들어내라는 소리 같다. 그럼 필자가 생각하는 의료계에 선행하여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선도 앞서 '죄수의 딜레마' 벗어야

 

영화 ‘뷰티플마인드’로 유명한 존 내쉬의 ‘죄수의 딜레마’는 선량한 중재자를 정당화하는 이론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죄수는 모두 상대방의 결과는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최대화한다는 가정 하에 언제나 협동보다는 자신을 위한 보다 더 많은 이득을 취하기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결국 서로 협동보다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필자는 종종 토론회 때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이러한 대한민국 의료제도에 딱 맞는 예라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작은 정부가 옳다’라고 생각함에도 의료제도에는 정부의 개입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이다. OECD국가 대부분이 의료에 개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의료는 공공재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경합성과 배제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모든 의료를 공급(provide)할 수 없고, 모두 공급할 필요도 없으므로 경제학에서 의료는 가치재(merit goods)라 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 의료제도는 이런 원칙들이 없어 보인다. 굳이 죄수이론으로 따지면 선량한 중재자가 없는 죄수 같은 느낌이다.

 

온정주의(paternalism)차원에서 정부에서 개입하여 올바른 의료제도로 만들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자들은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제도 실패(system failure)’라 한다. 그에 비해 OECD국가들 중 급성, 중증 질환 의료의 수준은 높다. 적은 의료비를 쓰는 나라 중 기대여명과 영아사망률은 매우 우수하며, 암 생존율은 OECD국가 중 세계 최고를 달린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의료에 참여하는 모든 이는 불만족스러워 한다. 환자분들은 1시간 대기 3분 진료, 내 몸 상태와 질환의 경과 등에 대한 설명은 고사하고 의료분쟁에 휩싸이더라도 의료진에게 충분히 물어볼 수 없는 의료기관은 아픈 환자나 보호자를 화나게 만든다. 

 

의료진들은 어떤가? 1977년 3抵(저) 패러다임(저부담, 저수가, 저급여)에 벗어나지 못하는 건강보험제도로 빨리빨리, 급한 진료는 잘하나 긴장한 환자에게 수술처치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할 수 없다.

 

당연하지만 설명을 하지 않고 무관심해 보이는 의사를 환자는 불신하게 되고 모든 상황에 긴장하게 된다. 정작 기다려도 되는 상황을 공포스럽게 받아들여 다른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환자에게 설명이나 교육을 통해 설득하는 만성질환관리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관들은 경쟁체계에서 불필요한 비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으며, 자리싸움에 높은 임대료와 고가의 의료장비에 돈을 쓸수 밖에 없다. 부동산, 은행, 의료기기회사들은 의료기관들이 경쟁하면 경쟁할수록 호황을 누린다.


정부는 어떨까? 갈수록 늘어가는 의료비 증가율을 의료기관으로 돌리고 있지만, 자신들이 정작 풍선효과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고백할 수 없다. 민간의료기관이 93%를 차지하고 있고 7개 질병군을 제외하고 행위별수가제로 버티는 현 상황은 언제라도 두 죄수가 죽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적정급여-적정 보험요율을 위해 넘어야 하는 산은 너무 높다. 지역가입자들의 건보요율을 올리기나, 경총에 속한 기업가들의 사측부담금을 올리기에는 여러 정치적 압박이 신경 쓰인다. 국민에게 의료기관 선택권을 제한해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 역시 마찬가지다.

 

나라에 높으신 분들부터 찾는 big 5병원들을 두고 국민들에게 일차-2차-3차 의료기관을 차례로 이용하라고 하는 것 역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효율적인 현상은 그나마 부족한 건강보험료 체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나마 있는 7-10%의 공공의료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나? 국립대병원은 이미 민간병원과 구분이 되지 않은지 오래이며 국립중앙의료원, 시도 시군구 지방의료원, 건보공단일산병원 모두 비급여나 의료외수익 없이는 운영할 수 없는 처지였다.

 

오죽하면 필자가 3대 비급여, 4대 중증개선책에 대해 전국에 있는 이들 공공의료기관에 시범사업을 먼저 시행하라 요구해왔을까... 보건소나 보건의료원조차 이미 지자체장들의 시혜성 전시행정으로 민간 병의원과 덤핑으로 경쟁한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의료인력 계획은 어떠한가? 100% 공공의료영역(public sector)에서 일해야 하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만들어 놓고 정부는 의료의 필요도(need)를 파악 못하고 있다.

 

각 과별 전공의 수는 국가의 필요인력이 아닌 수련병원의 필요인력으로 결정이 되고 저수가로 인해 전문의를 상급의료기관에 고용하지 못하니 종합병원은 전문의가 부족하고 일차의료기관에서는 서로 경쟁하며 감기, 내시경, 초음파 경쟁 아니면 피부미용이나 물리치료 등 잡과 진료를 보고 있다. 일차의료기관 본연의 기능은 전무한 상황이다.

 

호스피탈리스트는? 국가의 의료개입은 책임을 수반해야 하나 대학교육은 고사하고 수련교육비용 조차 국가는 한푼도 내려 하지 않는다.

 

장황하게 길게 쓴 이 모든 상황이 대한민국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내년인 2016년에도 있을 현상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 의료를 고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상황이다. 

 

이런 모순은 국가 5대암의 생존률이 OECD국가 중 1위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 국가 성장률에도 치명타를 준 메르스 사태를 만들었으나 지금도 그리 바뀐건 없어 보인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소속의 역학조사 직원 42명 가운데 2명만 정규직이다. 총리와 장관은 역학조사관을 늘린다고 했으나 내년 예산은 0원이었다. 보기 드문 건보재정 흑자는 이런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모순과 아이러니를 또다시 증명해주는 방점일 것이다.

 

위의 많은 문제는 명확한 정부의 약속으로 의료계와 합의를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적지 않게 있을 텐데 이례 없는 건보재정 흑자 상황에 건보재정은 세상 빛을 못보고 은행에 잠만 자고 있다.

 

2016년이라고 이슈화 되는 문제는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해결되지 않는 의료전달체계, 실손보험사와 의료기관간의 분쟁, 금연-비만을 중심으로 한 만성질환관리, 민간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그리고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민간기업 간의 의료기록 주도권 경쟁, 나날이 발전하는 세계의 융합의과학 기술, 늘어만 가는 생체정보와 관리되지 않는 의료정보, 그리고 기본에 투자되지 않는 의료를 산업화 하려는 정부….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대한민국 의료제도 를 가지고 단타로 슈퍼개미가 되려는 것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정부에서 바라는 원격의료 중심의 의료산업, 과연 위의 문제들을 무시하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인가. 아니 나아가도 되는 것인가. 어차피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국민들은 현 제도들을 적절히 이용해 건강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정교해지고 보편화된 트레커나 스마트폰 디바이스로 건강도 관리할 것이다. 비싼 장비를 갖춘다면 화상진료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술적, 경제적 접근도가 떨어지는 수많은 노인, 중산층 국민들은 어떠할까.

 

사람들은 정부에 질문을 던진다. 국민들이 지금 당장 바라는 보건의료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위의 많은 문제들을 남겨 두고도 원격의료를 바랄까?

 

상상 속 미래 최첨단 의료산업이 지금 당장 현실의 의료가치를 대신할 순 없을 것이다. 아직도 대한민국 국민과 의료진들은 감옥에 갖혀 있을지 모른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감옥 문부터 열었으면 한다. 고립된 감옥안에서는 로켓을 절대 만들지 못할 것이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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