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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로 서거했다. 군부 통치 시대를 마감하고 문민시대를 열었던 인물이기에 현대사는 김영삼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김영삼 이전은 민주와 반민주의 투쟁이었다면 김영삼 이후는 민주주의 완성을 향한 도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기틀을 김 전 대통령이 놓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주화의 선봉장이었던 그도 의료정책에서 만큼은 사회주의를 고수했다. 의료의 공공재적 성격 탓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김 전 대통령의 일생 행적과 적잖은 부분이 배치된다. 민주화의 상징도 용인한 사회주의식 의료정책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제기되고 논의되던 현안들은 도돌이표가 찍힌채로 계속 반복 중이다.
▲<사진제공 =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
‘보건행정’ 패러다임 변화
‘문민정부’로 대변되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대는 무엇보다 보건행정의 개념 변화가 진행됐다. 전국민의료보험시대 이후 시작된 정권인 만큼 기존 보건행정 개념은 한계가 있었다.
실제 이전 보건행정은 국민건강을 보호 육성하는 공중보건 활동에 역점을 뒀지만 문민정부 시대에는 복지행정체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1994년 보건사회부 명칭을 보건복지부로 변경했고, 복지부 내 보건증진국도 신설됐다.
특히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과 지역보건법 제정을 근거로 직장이나 보건소망을 통해 각종 건강증진사업을 의무화 한 것은 문민정부 의료정책의 큰 성과로 평가 받는다.
보건학적으로는 문민정부 들어 중증급성기호흡기증후군(SARS), 광우병, 조류독감 등 과거에 생소했던 질병들이 문제되기 시작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또한 문민정부 정권 말미에는 의약품과 식품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1996년 복지부 내에 식품의약품안전관리본부를 설치했다. 이 본부는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모태가 됐다.
20년동안 이어진 리베이트 전쟁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에도 다양한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대책 등 제시됐다. 당시에도 리베이트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시도됐다는 얘기다.
실제 문민정부는 병원약품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의약품 뒷거래 조사와 적정마진율 등을 조정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의 실거래가상한제와 유사한 개념이다.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건설, 세무, 병무 등 워낙 사회적으로 큰 규모의 리베이트 사건이 횡행했던 만큼 의약품 리베이트는 별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나마 앞서 언급한 의약품 뒷거래 조사 및 근절 등이 정부 차원에서 시행된 리베이트 근절책의 전부였다.
오히려 의약품 리베이트는 문민정부의 바통을 이어받은 ‘국민의 정부’가 시행한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폭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봇물 터진 의과대학 허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의료정책을 논(論) 함에 있어 의과대학 신설은 빠뜨릴 질 수 없는 주제다. 당시의 여파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의료사의 중차대한 정책이었다.
1993년 출범한 문민정부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각 지역별로 엄청난 공약 선물을 안겼다. 그 중 하나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이뤄진 의과대학 신설 약속이었다.
이를 근거로 1995년부터 1998년까지 4년 동안 전국 각지에 무려 9개 의과대학이 신설됐다. 강원의대, 제주의대, 건양의대, 관동의대, 서남의대, 성균관의대, 을지의대, 차의대, 가천의대 등이 이 시기에 설립된 의대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의대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일부 의대는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이뤘지만 일부 대학은 부실교육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문민정부는 의사 수가 증가되면 경쟁을 통해 의료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효과는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태다.
병원 평가 서막
병원들에 대한 평가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 처음 도입됐다. 문민정부는 의료의 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자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제를 시행했다.
당시 정부는 189개 항목의 평가기준을 개발해 39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평가를 실시했다. 작금의 의료기관평가인증, 각종 적정성평가 등의 효시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병원 평가제의 도입 배경이었다. 당시 소득 수준 향상과 전국민의료보험 시행으로 의료수요가 급증했고, 많은 국민들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형병원으로 몰렸다.
그 결과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편이 야기되고 의료자원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문민정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평가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은 여전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의료기관 대상 평가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