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상어 중에 ‘코이’라는 잉어가 있다. 이 물고기를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밖에 자라지 못하지만 강물에 방류하면 90cm에서 120cm까지 성장한다. 환경에 따라 피라미가 될 수도 잉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유앤아이 구자교 대표[사진]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발 주자가 닦아 놓은 길을 그대로 좇는 과거 방식으로는 대양(大洋)을 선점할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유앤아이는 정형외과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지난달 12일 기술성평가에서 AA등급을 받아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초로 생체흡수성 골 접합용 나사 개발에 9년 간 뚝심 있게 매달린 끝에 얻은 결실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 정상의 고지에 다가선 유앤아이의 그간의 노력을 들어봤다.
-기술특례상장 1등 공신 'K-MET‘는
케이메트는 생체 내 원소만으로 만들어진 생체흡수성 골 접합용 나사로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석현광 박사를 중심으로 충남대 등 여러 대학 교수들과 연구팀을 구성해 국책과제로 연구 개발을 시작했다.
9년 동안 매달려 올해 4월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국가 자금 총 77억원을 지원 받았고 회사가 5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신의료기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주성분은 마그네슘과 칼슘 등으로 인체에서 녹아도 무해하고 기존 생체흡수성 폴리머보다 강도가 뛰어나다. 수술 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100% 체내에서 분해되고 신생 골로 채워져 임플란트 삽입 후 제거를 위한 2차 수술이 불필요하다.
독일 제품 중 마그네슘 합금이 있긴 하지만 구성 성분 중 하나인 이트륨은 아직 안정성을 검증받지 않았다. 정형외과뿐만 아니라 성형외과용, 소아용, 치과용, 심혈관 확장용 등 다양한 치료 영역으로 확대 가능하다.
- 9년 간 원천기술 개발, 고집스럽게 매달린 이유는
10% 시장을 바라봐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관상어를 어항에 넣으면 딱 그 크기만큼 밖에 못 자란다고 하지 않나. 정형외과 시장은 글로벌 1위~10위 업체가 90%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를 나눠 갖자고 2000여개 영세 업체가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기업은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시장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모든 특허를 선발 주자들이 가지고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장을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 가질 수 있는 파이가 100%인 것과 10%인 것은 다르다.
- 대체 가능한 시장 규모는
그동안 생분해 물질에 대한 요구가 상당히 높았다. 대안으로 생분해성폴리머(PLLA)가 개발됐는데 기계적 물성이 너무 낮아 쓸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티타늄 강도가 800Mpa(메가파스칼)이고, 생분해성폴리머는 60~80Mpa다. 케이메트는 중간인 300Mpa인데 이 강도로 견딜 수 있는 뼈들은 대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허가가 나면 5조8000억원 시장을 당장 대체 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 최근 FDA 승인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 해외시장 진출 계획은
유럽 CE 인증 위해 지난 10월 5일 실사를 받았다. 내년 4월이면 종료가 될 것 같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FDA 승인 자료를 제출했다. 이르면 내년 6월 초, 늦더라도 12월 말 정도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은 시간문제다.
재작년 말부터 의사 대상 전문 전시회 참여도 꾸준히 하고 있다. 미래를 바꿀 기술로 소개된 BBC 영상 덕에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 일단 등록이 완료되면 판매는 걱정하지 않고 있다.
하나 뿐인 기술을 기다리는 바이어들이 다수다. 원천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경험이 있는 만큼 소재를 더욱 안정화 해 후속 제품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 베이스캠프에서 정상을 등정하는 프로그램을 잘 짜야 한다.
- 상용화까지 정부 도움이 상당히 컸다고 들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KIST 사업 중 ‘케이클럽’(K-club)이라는 것이 있다. 개발 전 주기 전주기에 걸쳐 밀착 지원을 하는 시스템인데 우리는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다.
R&D, 인력, 마케팅, 자금 등 단계별 지원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허가 도우미’로서 물심양면으로 나서줬다. 허가를 위한 단계 별 절차 설계를 함께 진행했다.
지난해 영국 BBC 방송에서 세상을 바꿀 세계 최초의 기술로 소개됐는데 이것도 식약처 추천 덕분이었다. 잠재력 있는 기업 성장에 정부가 함께 뛰어주는 것. 이게 창조경제라고 생각한다.
-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한마디
쉬운 길에는 답이 없다. 원천 기술을 개발해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블루오션을 점유할 수 있다. 9년의 시간을 단 시간에 따라올 회사가 몇 개나 되겠는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버틸 수 있는 생태계다. 생존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다. 먹고 사는 것이 불가능 한 상황에서 5년, 10년 견디는 것은 어렵다.
70억원 국가 지원이 없었더라면 케이메트 상용화는 물론 상장은 꿈으로 족해야 했을 것이다. 기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적극 지원해서 생존 환경 제공하는 쪽으로 정책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약품처럼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의료기기 기업이 여럿 나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