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병원을 규제하는 정책들이 일사천리로 추진되며 대한병원협회 역할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 박상근 회장의 임기가 내년 5월이면 끝나가지만 내세울만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병원계에서는 “누구보다도 회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열심히 하는 회장”이라는 내부의 긍정적 평가와 “병원 숨통을 죄어오는 정책들을 막아 준 것이 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는 외부의 아쉬운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실제 박상근 회장은 취임식에서 “병원계가 처한 열악한 환경을 강건한 생명력이 넘치는 푸른 생태계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처럼 임기 중 동분서주했지만 병원계에는 악재만 잇따랐다.
최근 병협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것은 전공의특별법과 포괄간호서비스 조기시행 등의 이슈다.
당초 병원계에서는 특별법 제정 가능성을 반신반의했지만 정작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유예기간 2년 안에 수련시간을 단축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병협 추산에 따르면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라 병원들은 대체인력 고용 등으로 35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여부는 미지수다.
서울소재 한 수련병원 원장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필요하지만 특별법이 통과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사회적으로 전공의 수련환경이 비인간적이고 병원이 전공의들을 착취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법안 제정을 제대로 저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중소병원들 사이에서는 간병비 부담 해소 정책에 간호인력 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서울의 한 중소병원장은 “정부가 포괄간호서비스 조기시행을 강하게 밀어붙여 막을 방도가 없어 보였지만 아쉬움이 크다”며 “협회 차원에서 현장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넘어 유예기간, 대상 축소 등 제동을 걸었어야 하는데 중소병원들에 대한 정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장성 강화 등 국가 정책 기조에 이끌려갈 수밖에"
다만, 이 같은 병원계의 잇단 악재가 병협의 역량보다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 등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박 회장의 임기 초반부터 시행된 3대 비급여 개편, 저수가 등은 협회의 역량으로 막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4대중증질환 보장성강화와 더불어 추진된 3대 비급여 개편은 병원들의 직격탄이 됐다.
상급병실료 개편, 선택진료 폐지 등에 골머리를 앓던 대형병원들은 정부가 내세운 보상안인 ‘의료질평가지원금’이 손실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사립대병원협의회 소속 64개 병원을 대상으로 3대 비급여 개선책이 시행된 후 병원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 병원들은 선택진료비 감축으로 인한 손실은 전년 대비 한 달에 약 3억9000여만원. 상급병실료 월 평균 8900만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병원들의 1년 간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수가협상의 낮은 인상률 역시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병협의 수가협상 성적표는 2015년도 1.7%, 2016년도 1.4%다.
병원들 사이에서는 "직원들 인건비 상승률보다 낮다"는 토로가 나오자 지난 7월에는 병협을 대표해 수가협상에 나섰던 이계융 前 상근부회장(병협 수가협상단장) 등 임원진의 자진사퇴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병협 역할에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확실하다보니 협회가 이를 제지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작업”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는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