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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 故 정주영 아산사회복지재단 설립자의 이념이다. 무료순회진료팀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구성됐다.
지난 1995년 6월, 첫 진료버스가 구비된 후 무료순회진료가 시작됐다. 20년 동안 총 3800회, 3대의 진료버스가 이동한 총 거리는 무려 40만km다. 일회성 행사보다는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정기적으로 찾았다. ‘이웃들의 주치의가 돼주자’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진료환자가 연인원 20만 여명에 이른다. 진심으로 감사해하던 많은 환자들, 그리고 오히려 진료팀이 더 감사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
먼저 기억나는 분들은 우리가 12년 동안 무료진료를 나갔던 서울특별시 농아 노인회 어르신들이다. 12년 동안 어르신들은 진료팀과 많이 친해졌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혼자 병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어르신들은 수화 통역과 함께하는 무료진료를 매우 좋아한다.
우리를 한참 기다린 어르신들은 지난번 받았던 약을 꼭 받고 싶어 하고 병원에 가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한다.
여기에는 우리가 갈 때 마다 1번으로 진료하는 ‘1번 할머니’가 계신다. 이 분은 혼자 사시면서 혈압약, 당뇨약을 보건소에서 받아 드시는데 갈 때마다 수화를 통해 호소하는 증상이 조금씩 바뀐다.
어느 날은 허리가 많이 아프시고 다른 날은 무릎을 아파하신다. 필요한 약과 파스를 챙겨드리면 할머니는 많이 수줍어하시면서 작은 사탕 하나를 꼭 주고 가신다.
진료를 모두 마치면 우리는 농아 어르신들로부터 독특한 작별 인사를 받는다. 진료팀이 공연을 마친 배우들처럼 모두 인사를 하면 그 분들은 뜨거운 박수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몸 둘 바를 모르게, 정말 감사한 순간이다.
우리 진료팀이 가장 많이 찾아가서 진료하는 곳은 복지관이다. 복지관에는 약값조차도 내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이 곳 어르신들은 자신의 증상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을 가장 고마워한다. 여러 증상을 겪는 어르신들은 다양한 병원을 다니는데도 증상을 속 시원히 호소할 곳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종로의 복지관에는 77세 김 할아버지가 있다.
이 분은 평상시 혈압약을 복용하면서 어지럽고 두통이 심하다고 복지관 의무실에서 약을 받아 가신다. 무료진료에서 혈압 관리가 잘 안되고 맥박이 너무 느려 심전도 검사를 한 후 즉시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도록 안내했다.
바로 입원해서 인공 심장 박동기 삽입 시술을 받았다. 무료진료 때 다시 만난 할아버지는 "의사 선생이 내가 아프다고 호소한 것들을 잘 들어주고 빨리 병원에 안 보냈으면 우짤 뻔했어"하면서 감사해 했다.
때로는 주말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만나러 가기도 한다. 이들은 평일에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어느 일요일 오후, 포천의 성당으로 진료를 나갔다. 그 지역 필리핀 근로자들이 모여서 미사를 드리고, 우리는 그 뒤에 진료를 진행했다.
그 중 40세 여성 필리핀 근로자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여 요추 촬영을 했다. 요추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좌측 신장 위치에 7cm 정도 되는 석회화 음영이 보였다. 정밀 검사를 위해 우리 병원에 의뢰했고 CT등의 정밀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거대 신장 결석으로 진단돼 7월에 수술을 받았다. 환자와 보호자격인 수녀님의 감사하다는 말씀과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무료순회진료팀은 오랫동안 다양한 연령의 많은 환자들을 진료해왔다. 안타까운 사연을 만나서 마음이 무거웠던 적도 많다. 그러나 오늘도 감사해하는 환자들의 환한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진료를 나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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