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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기기산업은 그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으나 여전히 성장을 위한 제반 여건은 마냥 밝다고만은 할 수 없다. 산업의 특성 상 대부분의 업체 규모는 중소기업이거나 영세업체다.
국내 의료기기시장 규모 또한 작아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실정이며, 제품 개발 이후에도 시장 출시까지 문턱이 높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제품의 시장 출시 이후에도 의료기기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유통단계에서의 ‘간납업체들’이다. 이들 간납업체는 그 기원이 제약의 대리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많은 문제가 생겨 종국에는 없어지던 사업체들이 제약이 아닌 의료기기에 눈을 돌리면서 유통단계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간납업체는 크게 세 가지 종류로 구분 지울 수 있다. 첫 번째는 ‘대형간납업체’다. 주로 대형병원의 구매에 개입하여 업체로부터는 수수료나 정보이용료 혹은 물류비 등을 받고 여기서 생긴 이윤을 병원에 각종 이용료 명목으로 지불한다. 수수료는 일방적이며 간납업체를 통하지 않고는 병원에 납품할 수 없다. 즉 통행세와 같은 비용이 발생한다.
두 번째는 ‘재단관련 간납업체’이다. 간납업체의 소유관계에서 대형간납업체와 차이를 보이며 주로 자회사 성격을 갖고 친인척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적으로는 특수관계에 의한 내부거래로 보여질 공산이 크다. 역시 통행세 명목으로 수수료나 할인율 등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 비용에 상응한 서비스가 없다.
세 번째는 ‘일반간납업체’이다. 업계에 가장 부담을 주고 문제가 많다. 항상 리베이트의 통로로 언론에 등장하며 여러 이해관계에 따라 설립된 회사가 아무런 용역의 제공 없이 할인을 강요하고, 수수료 등을 요구한다. 마찬가지로 이 비용을 병원에 직간접으로 되돌려 주는 양상을 가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병원은 비영리기관이다. 이윤이 발생해도 배당을 투자자에게 할 수 없다. 병원이 영리를 추구 하는 순간 우리나라의 건강 보장성, 환자의 안위는 위태로워진다. 이는 병원의 이윤 추구에 경영이 집중할 것이고 미국식의 부작용이 속출 할 것이 자명하다. 많은 국민들이 염려하는 부분이다.
병원과 연계된 이들 간납업체는 병원과는 법적으로 다른 법인체로 되어 있다. 실상은 자회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특정 일부 간납업체의 경우 병원과 인사이동이 가능하며 이윤을 병원에게 돌려주고 있다. 병원은 이윤을 추구하지 못하지만 간납업체라는 회사를 운영하여 이윤을 추구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간납업체의 폐해를 살펴보자. 간납업체는 병원과의 거래 관계에 있어서 세금 계산서만을 발행하고 이 발행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의료기기 납품을 위한 제반 용역은 판매자가 전담하며, 담보제공도 없고, 심지어 병원 분실분에 대한 책임조차 지지 않는다.
이런 바람직하지 않은 후진적 형태를 갖고 있는 의료기기 유통구조에 대한 지속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불과 3~4년 만에 간납업체는 7-80여개사로 급성장하며 전국을 아우르고 있다.
현재 업계의 기회 손실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적정한 이윤을 통하여 신개발 제품을 위한 의료기기 R&D투자와 유지보수를 위한 적절한 A/S,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감당할 우수한 인재유치를 위하여 사용되어야 할 몫이 유통상의 슈퍼 갑의 위치에 있는 간납업체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의료기기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최종 피해자는 환자의 몫이 되는 악순환의 끝이 예상된다.
많은 수입사들이 간납업체의 고유한 유통행태를 외국 본사에 설명할 때 난감하다. 왜?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중간에 유령회사의 역할만 한다고 하여 종이 회사 즉 ‘Paper Company’라는 단어로 그렇게 통용되고 있다.
그럼 외국의 유통사례는 어떠할까. 외국은 구매전문회사가 존재한다. 구매전문를 강조하고 싶다. 이들은 구매 및 유통에 대한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부가 이익을 창출하고 여기서 생기는 이윤을 병원과 공유한다. 구매 및 유통 전문화에 따른 이득이므로 가격이 높아지지도 않고 판매업자가 자신의 이윤을 손해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병원이 공공재 역할을 하는 우리 나라에서는 그 설립과 운영에 대한 당위성이 높음에도 쉽게 적용하기에는 논의 더 필요하다. 이 회사에 지불되는 비용 역시 환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며 대부분 건강보험에서 지불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간납업체들이 왜곡된 이윤추구를 계속한다면 저수가 구조의 급여체계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의료기기산업으로는 정부가 주장하는 세계 7대 강국은커녕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란 타이틀도 경쟁력도 잃고 말 것이다.
의료기기 업계는 간납업체의 철폐를 요구한다. 품질 좋은 의료기기 공급 및 새로운 의료기기 개발, 보다 나은 의료기기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만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