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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어느 조직이나 수장은 외로운 길을 걷는다. 구성원과 소통이 부족할 경우 더욱 그렇다. 갑과 을의 관계로 표현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으나 분명 수장과 구성원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온라인에서는 온갖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에 대한 비판부터 국민들과의 소통 방식까지 다양한 주제가 다뤄지고 있다.
사실 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소통 부족’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기자간담회에서 조차 담화문만 읽고, 별도의 질문을 받지 않는 사례도 종종 목격됐다.
또한 ‘담뱃값 및 주류세 인상’과 같이 과거 발언과 전혀 다른 정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은 “소주와 담배는 서민층이 애용하는 것이다.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대통령과 비판적인 측면에서 묘하게 겹치는 인물이 바로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다.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의료일원화’ 논란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전국의사총연합 주도 하에 온라인 탄핵 서명운동까지 시작됐다.
추무진 회장은 의료일원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11월과 12월 연달아 관련 토론회를 개최한 점에서도 추 회장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2번의 토론회 모두 의료일원화 찬반 여부가 아닌, 추진 방식에 초점이 맞춰 진행됐다.
그러나 정작 추 회장 본인은 “회원들의 의견수렴 없이 의료일원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견수렴 방식은 아직까지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과 다름없다.
심지어 시도지부장 회의에서 조차 의료일원화 문제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일원화 관련해 본격적인 의견수렴을 한 적은 없지만, 조만간 온라인 등을 통해 회원들의 반응을 엿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또 있다.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합의문 초안 내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합의문 초안에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확대 허용’, ‘2030년까지 의료일원화 단계별 추진’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문건은 지난 11월 19일 의협에 전달됐다.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를 동안 추무진 회장이 왜 해당 문건을 회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만 논의를 했는지 아직까지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의협은 “합의문 초안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알려질 경우 마치 ‘확정된 문건’처럼 오해를 살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한의계에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 주고, 의료일원화 추진에 탄력을 받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추무진 회장과 회원들의 갈등이 점점 커져가는 형국이다.
추무진 회장은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의료일원화는 ‘회원 의견수렴이 우선’이라는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부 회원들의 불신은 여기서 더욱 커지고 있다.
의료계 대표단체인 의협이 정체성을 갖고 각종 제도를 추진하는 행보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단, 회원들 의견을 전폭적으로 반영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과연 의료일원화에 있어 추무진 회장은 현재 회원들과의 소통 채널이 확보된 상태인지 곰곰이 되짚어볼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