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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의 어느 날, 멀리서부터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기자는 직감하고 바로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했다. 그곳에는 행복한 미소와 넉넉한 풍채를 지닌 그림에서만 보던 산타클로스가 서있었다. 그는 바로 인요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총재[사진]였다. 국내외 소외된 이들을 품고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도 산타클로스와 닮아있었다.
취임 6개월이 된 인요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는 그간 숨 가쁜 일정을 보냈다. 오전에는 을지로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오후에는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환자를 본다.
주 3일은 재단 업무와 병원 진료를 동시에 진행하니 체력의 한계가 왔다. 그렇다고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이 또한 유머로 풀어내는 그다.
“인터뷰를 통해 처음 말하는데 총재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근무방식을 지금보다 더 유연하게 돌려도 무방했지만, 내가 그럴 성격이 아니거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다짐을 했다. 동시에 업무를 병행하는데 몸이 버티지를 못하는 거 같더라고.”
인 총재는 “그래서 내년에는 살을 빼려고 한다. 내가 맥주만 안 먹으면 1주일에 1㎏은 빠지니까. 더 열심히 근무할 수 있게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나름의 해결방안을 유쾌하게 제시했다.
대식가 겸 미식가인 인요한 총재가 다이어트를 결심한 만큼 총재로서의 업무는 더 바빠지고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네소타→라오스 프로젝트, 한국의료 60년 만의 기적
잘 알려졌듯 인요한 총재의 진외조부 유진벨(Eugene Bell)은 동학농민운동 이듬 해인 1895년 한국에 들어와 종교와 보건의료의 기틀을 다지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인 총재의 할아버지 윌리엄 린턴, 아버지 휴 린턴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선대의 고결한 정신을 이어받은 인 총재는 개발도상국 시절의 한국과 변화된 현재의 모습을 몸소 느끼며 새로운 감회에 종종 젖는다.
인 총재는 국내 보건의료 발전에 큰 역할을 한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그 후 60년 만에 일어난 기적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1955년부터 7년간 1000만 달러를 들여 220명의 한국인 공·농·의학도를 미국에서 공부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 2차 대전 후 개도국교육 원조사업 중에 최대 규모였으며 가장 성공한 사업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60만에 우리가 개도국에 원조를 하는 국가로 변했다. 주목할 국가는 바로 ‘라오스’다.
인 총재는 “우리나라가 정말 대단한 나라임을 우리 스스로 느껴야 할 시기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일이 바로 서울대학교와 함께 우리 재단이 라오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현대판 미네소타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명칭은 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전 사무총장의 이름을 딴 ‘이종욱-서울 프로젝트. 서울의대가 60년전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선진 의료기술을 배웠던 것처럼 라오스와 보건의료 지식과 기술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우리가 선진 의료기술을 배워 국내 보건의료인력 기반을 마련했듯이 우리의 역량을 펼쳐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프로젝트는 나에게도 너무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향후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낮은 자세로 심혈을 기울이며,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11명의 라오스 국립의대 교수가 서울대 의대에서 연수를 받고 있으며, 라오스 현지에서도 다각적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물질적 지원보다 ‘교육’ 우선
“인도주의 실현을 위한 핵심 가치는 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물질적 지원만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봉사의 참 뜻이 왜곡돼선 안 된다.”
전 세계 20여개 개발도상국에 보건의료분야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 총재는 장기적 관점에서 그들의 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언급한 라오스의 경우를 살펴보면, 수도 비엔티안에는 중앙병원 4개, 전문센터 3개가 있고, 전국 단위로는 지역병원 5개와 주 병원 17개, 지방병원 127개, 보건소 750개, 마을 약국 5000개가 있다.
이처럼 병원수가 적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시설이 낙후되고 의료진의 기술이 뒤쳐져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곳은 별로 없으며, 의료서비스 접근성 격차 또한 큰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국제보건의료재단은 라오스 인력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을 시키는 ‘연수 사업’과 한국의 전문 의료진들이 직접 찾아가는 ‘현지 교육사업’을 통해 국가별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 의료진들 입장에서 적응도가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 총재는 “라오스를 예로 들었지만 모든 개도국 협력사업의 중심은 체계적 교육이라고 본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위해 적극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 모두 기억하는 KOFIH 만들어 보겠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름이 너무 길어서 쉽게 말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KOFIH(Korea Foundation for International Healthcare)라고 줄여서 부르면 된다. 발음은 ‘코피’라고 하면 된다.”
2004년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사실 재단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은 드물다. 그나마 故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등으로 인식은 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인 총재는 “사업 자체가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많아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국내 홍보가 부족한 상태다. 지구촌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모두가 아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바르게 일하고 도덕적인 재단이 될 수 있도록 총재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라는 그는 “남은 총재임기 2년 반 동안,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는 ‘코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