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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가 처음 우리 병원 안과를 찾아 인연을 맺은 건 무려 10년 전이다. 그녀는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왔다. 대학에서 시간제 영어 강사로 일을 시작했고, 지금도 보통 하루 15시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라식 수술을 받은 후 심한 건성안으로 시력이 들쑥날쑥했고, 여러 약제를 써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두 달 전, 섬유근육통으로 인해 안구통증까지 동반된 엘리자베스가 찾아왔다. 30분에 걸쳐 엘리자베스의 증상과 가족력, 생활 습관과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0년을 알고 지낸 환자지만, 오늘 처음 만난 환자처럼 어떠한 선입관이나 주관의 개입없이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엘리자베스는 글루텐에 의한 민감증으로 사료됐다. 식단에서 글루텐을 없애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라는 식이요법 다이어트를 처방했다.
다소 의아한 처방일 수 있었지만 식단에서 밀가루와 탄수화물을 줄임으로써 전신 염증이 감소했고, 그동안 각막 및 결막의 염증으로 발생한 각막상피세포의 탈락(각막미란)이 사라졌다. 시력은 우안 0.4, 좌안 0.7에서 양안 1.0으로 호전됐으며 건성안 또한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2주 동안 몸무게를 6kg 감량했고 근육통과 허리통증, 두통, 안구통증 등의 전신통증이 해소됐다. 이는 글루텐 민감증 환자가 식이조절을 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염증 수치가 낮아져 면역조절기능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2주 뒤, 엘리자베스는 눈에 띄게 보기 좋아진 얼굴로 다시 찾아왔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전했다. 그녀는 "교수님은 하나님이 내게 보내주신 축복"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지금까지 어려운 식이요법 처방을 잘 따라와 준 엘리자베스에게 감사를 전하며 계속해서 그녀가 건강을 돌보길 바란다.
결국 외래 진료 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환자가 호소하는 고통의 전신적인 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엘리자베스와의 만남은 '질병이 아닌 환자를 치료하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언과 같이 병력청취의 중요성을 또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