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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공백이 아니라 경계의 실패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흉부외과 의사들이 줄줄이 은퇴하게 될 경우 맞닥뜨리게 될 우려가 벌써부터 현실화될 조짐이다.
전국에서 올해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20여명에 그치는 것도 모자라 단, 6명만이 일선 현장에 투입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전국 10명도 안되는 신규 진입 전문의…펠로우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22일 흉부외과학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2016년 전문의시험을 통과한 전문의 21명 중 무려 13명이 곧바로 군입대를 확정지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남아있는 8명 중에서 2명의 여자 전문의도 일신상 이유로 수 년 후에나 전문의로 활동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세계적으로도 최고 실력을 증명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심장수술. 하지만 이를 담당할 신규 전문인력 중 올해 21명만이 배출되는 것도 모자라 절반가량의 전문의들조차 당장 현장에서 빠져 있게된다는 얘기에 흉부외과 의사들 사이에선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길병원 흉부외과 A교수는 “전국 흉부외과 곳곳에서 펠로우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녹록치 않아 저마다 한숨을 쉬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까지 벌어져 그저 걱정만 쌓여간다”고 말했다.
A교수는 “물론 배출되는 전문의 자체가 타 과에 비해 소수이지만 유독 올해들어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될 것이라 본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심장질환 수술, 화려한 성적 vs 전공의·전임의 초라한 인력수급
심장질환은 암, 뇌질환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한국인의 대표적 사망 원인이다.
그럼에도 심장수술 실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당연히 세계 최고 심장시술의 대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굳건하게 뿌리를 지켜오고 있다.
최고의 학술지로 손꼽히는 저널에 논문이 게재되는 연구자들이 끊이지 않고 배출되는가 하면, 연구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찾아오는 해외 유명 의과대학 교수들은 저마다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러나 인력 수급에 있어 이제는 전공의 공백이 전문의 수급 차질로 이어지며 ‘빨간 불’이 켜졌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심성보 이사장은 "심장수술의 자연 증가분만을 감안하면 이를 감당해야 할 인력들이 지금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그럼에도 이번 같은 현상은 내년, 내후년에 더욱 확연해질 것"이라고 암당한 전망을 내놨다.
연구자로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교수들이 다행히 지금은 수술장을 지키고 있지만 앞으로 이들이 은퇴하고 나면 '대가(大家)'는 물론 인력 수급 자체에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온다.
벌써부터 불안한 기운은 감지됐다. 일례로 최근 전국을 막론하고 흉부외과가 전임의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한결같이 충원이 녹록치 않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후학' 양성이 절실하다는데 이견이 없지만 불가항력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은퇴의사 더 늘어나면서 부작용 등 자명
심성보 이사장은 "당장 일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가중되는 업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점에서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수요, 공급 측면에서 이미 심각한 불균형에 직면하게 된 바로미터"라고 꼬집었다.
전공의들의 질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과도한 업무량과 함께 높은 위험도, 낮은 수가는 물론 취직 자리가 줄어들고 개업까지 어려워져 설상가상이다.
그는 또 "이렇게 젊은 의사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시니어급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퇴직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앞으로 흉부외과 전문의 공황 상태가 올 것이 뻔하다"고 거듭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B교수는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제 앞으로 은퇴할 의사들이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는 대목"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서울아산, 삼성서울과 같은 대학병원에서는 분명히 공백이 생길 것이다. 연쇄작용으로 정상적인 진료 및 수술이 이뤄질까 의문"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