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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학교병원의 중흥을 이끈 박창일 의료원장이 퇴임한다. 지난 2011년 부임한지 꼭 5년 만이다.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박창일 의료원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건양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퇴임을 선언했다. 퇴임 시점은 내달 26일로 예정돼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선배인 건양대학교 김희수 총장의 부탁으로 대전행을 결심했던 박창일 의료원장은 지난 5년 동안 건양대병원의 비약적인 발전을 진두지휘했다.
무엇보다 ‘연세의료원’이라는 국내 유수의 의료기관을 이끌었던 경험과 노하우를 건양대병원에 고스란히 투영시키며 지방대병원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연세의료원 재직 당시 그의 활약을 대표하는 ‘세브란스 르네상스’라는 단어가 지난 5년 동안은 ‘건양대 르네상스’로 불리울 정도였다.
실제 그는 부임과 함께 병원의 근간인 우수 의료진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느 지방대병원들과 마찬가지로 건양대병원 역시 의료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절이었다.
인턴과 레지던트 모집에서 미달 사태를 면치 못했고, 간호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지만 그는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의료진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의사들을 만나며 설득을 이어갔다.
이러한 노력으로 삼성서울병원 뇌종양센터장을 역임한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를 시작으로 한국초음파의학의 산증인으로 알려진 유형식 교수 등 거물급 의료진을 대거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박창일 의료원장의 활약상은 단연 지방대병원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의료시스템 개혁이었다.
그는 ‘세계적 수준의 의료, 가족 같은 사랑’이라는 슬로건을 선포하고, ‘2020년 전국 상위 10대 병원 진입’을 목표로 제시하며 직원들에게 업무의 동기를 부여했다.
2년 동안의 준비작업을 거쳐 도입한 전자의무기록(EMR)은 건양대병원의 위상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됐고, 국제의료기관평가(JCI) 인증은 환자중심 병원의 초석이 됐다.
경영성과 역시 수려했다. 박창일 의료원장이 부임한 이후 연간 수익률이 29% 증가했고, 외래환자수도 24% 이상 늘었다. 병상가동률은 현재 93%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척박한 의료환경 탓에 비슷한 규모의 지방대병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경영 안정화를 통해 건양대병원의 건실한 재정 상태를 이뤄냈다.
박창일 의료원장 활약의 백미(白眉)는 메르스 극복이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그는 냉철한 판단력으로 신속하게 대처해 위기의 건양대병원을 구했다.
지역사회의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무려 150억원에 달하는 경영손실을 무릅쓰고 병원 폐쇄조치를 내린 것은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양대병원의 신념은 지역민들의 신뢰로 이어졌다. 현재 1일 외래환자 수는 메르스 사태 전보다 30% 이상 늘었다.
박창일 의료원장은 “지난 5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지방대병원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우고 자신감을 키운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발전은 결코 직원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그들의 열정이 있기에 건양대병원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