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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병원물류구매대행사(GPO)를 거치지 않고 물품을 직접 조달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소위 '간납업체'로 불리는 GPO와의 연결 고리를 끊은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당서울대병원이 특허권 침해 의혹을 받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자체 개발한 시스템이 기존에 계약 관계를 유지했던 GPO업체 E사의 시스템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 이지케어텍에 자체 물류조달시스템 개발 의뢰
6일 병원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자체 구축한 물품 조달시스템 운영에 들어갔다. 의료기기,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최근 물품 입찰 설명회를 진행해 체제 전환을 공식화 했다.
시스템 구축에는 약 17억원이 투자됐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출자한 의료정보업체 이지케어텍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지케어텍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중동에 수출해 관심이 집중된 병원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 2.0’을 구축한 회사다.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기 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은 업계 1위인 E사에 물품 조달 업무를 위탁해왔다. 지난 2003년 개원 당시부터 2015년까지 12년 간 줄곧 이 회사의 시스템만 이용해 왔다.
E사는 지난 2000년 서울대병원이 사용할 IT 기반 물품구매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벤처기업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공공기관이 공개 입찰을 통해 투명하고 싸게 물품을 구입하도록 하기 위해 전자 입찰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태생적 때문에 E사는 서울대병원과의 유착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은 2010년 적자 운영되던 E사의 경영을 D제약에 의뢰했다. D제약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E사는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내부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2012년 자회사에서 제외됐고, 현재 E사의 최대 주주는 이 제약사 대표이사인 Y씨다.
서울대병원은 E사 지분의 약 5%를 소유한 3대 주주다. 서울대병원은 올해도 E사를 통해 의약품 입찰을 진행했다.
반면 분당서울대병원은 이지케어텍 시스템으로 갈아타면서 두 기관의 ‘긴밀한 관계’는 12년 만에 종지부가 찍혔다. E사는 그동안 분당서울대병원의 입찰을 대행하며 연간 20억원대 순이익을 창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사 "우리 개발 시스템과 90% 일치"
분당서울대병원과 E사의 '이별' 과정은 순탄치 않다. 이지케어텍이 개발한 시스템이 E사의 것과 90% 이상 일치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잡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E사 출신 개발자들이 이지케어텍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E사는 특허법률사무소에 감정을 의뢰했고, 지난달 15일 특허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분당서울대병원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과업 지시에 따라 개발한 시스템이 E사 시스템 구조와 흡사하다는 것이 공문 내용의 골자다.
특허청에 따르면 E사는 IT기반 물품 구매 시스템에 관한 2건의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다. ‘병원 물품 구매 및 물류 관리 시스템 및 방법’에 대한 특허는 2009년 3월 9일, ‘병원 물류 시스템 및 그 방법’에 대한 특허는 2011년 7월 11일 등록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부 시책에 따라 민간에 위탁했던 계약 업무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었을 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에 따르면 자체물류시스템 개발은 2012년 10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대학교병원장에게 발송한 ‘계약특례 승인 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에 의한 것이다.
병원 "공공기관 계약 관련 법 준수 위한 불가피한 절차"
해당 공문에는 ‘구매계약 사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을 3년 간 한시적으로 허용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민간에 계약 업무를 위탁할 수 없는데, 당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구매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법 적용을 3년 간 유예한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로 계약 특례 적용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법적으로 민간 업체인 E사에 계약 업무를 위탁할 수 없다”며 “법을 준수하기 위해 자체 물류시스템을 개발했고, 업무를 전담할 신규 인력도 5명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특허권 침해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E사가 특허권을 주장하는 시스템은 서울대병원 소속 이모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IT기반 물류 조달 시스템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유통 등 다른 영역에서도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이었다면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E사는 특허권 침해와 공공기관으로서 계약 사무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E사 관계자는 “병원 물품을 구매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오픈 소스로 공유됐다면 특허청이 특허권을 발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허권은 IT기반 병원 물품 조달에 관한 자사 고유의 노하우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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