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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메르스 막기 위해선 병원 설계부터 고민해야"
환경보건전문가들, 공조시설부터 유지관리까지 '표준지침' 마련 권고
[ 2016년 03월 12일 04시 58분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같은 병원 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설립 계획부터 유지관리까지 통합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여명석 교수(건축학과)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시설 내 감염과 건강위험 감소를 위한 환경보건학적 대책마련 심포지엄'에서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해 건축학적 접근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 교수는 '감염 예방을 위한 의료시설의 건축적 측면에서의 현황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의료시설은 미지의 감염자와 감염에 취약한 환자, 의료진이 공존하기 때문에 비말 및 공기 등을 통한 전염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특히 "2003년 홍콩에서 발생한 사스(SARS)의 경우를 예로 들며 발병지인 공동주택의 구조상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크게 확산됐으며 메르스 사태 또한 병원이라는 폐쇄적 공간으로 인해 집단감염이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원내감염은 감염원과 숙주를 제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기관 내 환기 및 공기질 관련 법규마저 부처별로 산재돼있는 등 사전예방을 위한 기준이 제대로 정립돼있지 않아 감염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취하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부분만 땜질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국내 현실을 문제삼았다.

국내 의료시설은 다른 용도의 건물보다 시공이나 유지비용, 에너지 소비량 등이 높고 많은 환자를 수용하기 때문에 재해 시 안전에 대한 배려가 중요한데다 의료장비 크기 및 규모 변경이나 증설,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냉난방 통합설비를 갖추는 등 일반 건축물과 달리 포괄적인 관점에서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여 교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환기량과 환기설비의 구조와 설치 등 일부만 언급하고 있다. 반면 환경부는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의해 의료시설의 적용범위, 유지기준, 실내공기질 측정방법 등 법 시행을 위한 일반 사항만 있다.

심지어 복지부는 '의료법'과 '보건의료기본법'에는 의료기관의 시설기준 및 규격을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의료시설의 실내 공기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격리실에 대한 공기조화, 환기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이에 그는 "미국의 경우 CDC 가이드라인과 ASHRAE 매뉴얼을 통해 의료시설 설계 및 설비 방향 등을 정하며 일본과 유럽, 영국, 캐나다 역시 매뉴얼을 기초로 의료시설 설비를 상세하게 구분해 제시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학회와 협회가 주관해 의료시설 계획부터 운영 및 관리단계까지 포괄할 수 있는 통합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여 교수 주장에 대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최재욱 교수(예방의학과)는 "병원 자체적으로 환경보건을 위한 부서가 있다. 다만 감염관리실과 소통이 잘 이뤄지지 못하는데다 모든 행위를 규정하고, 규정되지 않은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건강보험체계에 익숙해져 환경보건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점은 보건당국을 비롯해 감염병 대응을 총괄하는 조직이 변해야한다"면서 "감염관리와 환경보건의 조화를 위한 정책적 시각변화,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안전관리료와 같은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오준엽기자 oz@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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