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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게 고맙고 따뜻한 산소같았던 흉부외과"
한화영 아주대병원 병동간호2팀(5층서병동) 파트장
[ 2016년 03월 28일 07시 55분 ]

1994년, 혼돈을 지배하고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응급실을 지원하며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8시간 이상의 근무시간 동안 밀려들어오는 환자들. 먼저 온 환자 처치가 끝나기도 전 “여기 어레스트(심정지) 환자요! 여기 좀 봐주세요!” 생각했던 것 이상의 끝없는 아우성.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환자를 올바르게 관찰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초창기 응급전문간호학, 이 공부의 시작은 환자 분류와 심장부터 다발성 외상까지 응급상황 대처에 필요한 지식을 배운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혈관질환(Vascular disease/ 신경과, 신경외과, 순환기내과)으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당시 간호사로서의 열정이 최고조였다. 그렇다면 흉부외과는 어땠나?


아주대학교병원은 주변 환경 특성상 중증도가 높은 다발성 외상환자가 응급실에 자주 등장했고, 그래서 수련하기에 좋은 대학병원이다. 내 기억에 중증외상팀이 생기기 전까지 아주 작게라도 흉부외과적 문제가 걸려있으면 그 환자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더라도 입원장을 내줘 응급실 Acute(소생) 구역을 숨 쉬게 해주는 산소 같은 과, 고마운 과, 약자에게 따뜻한 과였다.


세월이 흘러 2014년 3월 산소 같고, 약자에게 따뜻한 흉부외과 메인병동에 파트장으로 오게 된 것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이런 것일까? 흥미롭고, 재미있는 병동생활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병동생활은 없었다.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응급상황, 병실이라는 구조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환자에 대한 답답함, 최소의 인원으로 최상의 진료 결과를 뽑아내야하는 임상과, 중증도 1군에서 4군까지 한명의 간호사가 집중할 수 있는 범위의 한계. 업무에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친절까지 보여줘야 하는 간호사들.


모든 환자에 대한 관찰이 중요하지만 특히, 흉부외과 환자들의 집중적 관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에 환자의 검사결과부터 상태변화, 계획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check! check! 그렇게 긴장 속에서 환자들을 간호하며 서서히 변화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응급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간호사와 환자(보호자)와의 관계다.


기저질환으로 인한 반복적인 입·퇴원 후 2015년 10월 낙엽 떨어지는 가을에 우리를 찾아와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함께 보내고, 눈 내리는 1월 어느 날 두 손 맞잡고, 웃으며 퇴원하던 환자를 잊을 수가 없다.


중환자실에서 병동으로 환자가 옮겨 오게 되면 간호사들은 폐렴과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가래, 섭취량과 배설량(I&O), 활력증상, 검사 수치 변화, 욕창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그 병실을 들어서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덧 문안인사를 하듯 들어가 같이 운동하고, 보호자와 얘기를 나누게 됐다.
24시간 온 의지를 불태우며 환자 곁을 지키던 보호자가 눈과 마음에 들어와 함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호자의 의지를 환자가 느꼈을까? 누워만 있던 환자가 어느 날은 앉아 있고 또 어떤 날은 휠체어를 탔고, 급기야 혼자 워커를 잡고 걷게 됐다.


하루하루 작은 변화에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간호사들이 함께 가슴 벅차 즐거워하던 날들이 지나고, 퇴원하던 날 나누었던 뜨거운 인사는 병동 간호사로서 잊지 못할 벅찬 감동이었다. 퇴원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그 환자에게서 “집에서 운동하는 것이 이젠 좁아요”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리고 날마다 새롭다. 멀고, 새롭기에 간호사로서 할 일이 많고, 나눌 것이 많은 걸 안다. 그래서 난 늘 그렇듯 웃으며 병실문을 열고 들어선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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