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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동쪽 끝자락이자 해운대에서 20㎞, 울산시청에서 25㎞ 떨어진 기장군에 위치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평일 오후는 한적했다.
수도권 빅5병원에 익숙한 눈에는 '허허롭다'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주위 풍광도, 사람도 여유와 넉넉함이 존재했다. 솔직히 이 곳까지 진료를 받으러 올 사람들이 있을지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데이터는 달랐다. 이제 갓 5살을 넘긴 신생병원이 '암은 원자력'이라는 잃어버린 위명을 되찾고 흑자를 기록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개원 후 5년간 병원에 등록한 암환자수는 약 1만3500명이다. 이 가운데 57.7%는 부산에서, 나머지 42.3% 중 18.6%는 울산, 17.1%는 경상남도에서 왔다. 심지어 경상북도와 수도권에서 방문한 환자도 전체의 6.7%에 달했다.
특히 암 전문병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방사선종양학과와 혈액종양내과의 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방사선종양학과의 경우 2011년 9927명에서 지난해 1만6310명으로 64% 늘었고, 혈액종양내과 또한 2만6500여명에서 3만9200여명으로 47% 상승했다.
이를 두고 의학원은 표준화된 암 치료시스템과 다학제 통합진료 정착, 우수한 장비와 수도권 의료진과의 원활한 연계 등을 이유로 들며 "의료진이 믿고 보내는 4차병원"이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이에 양광모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을 만나봤다.
연구소병원 효율 극대화한 '아이디어 뱅크 CEO'
직접 만난 양광모 원장은 한 마디로 원자력의학원에 최적화된 아는 것 많은 최고경영자였다.
스스로가 방사선종양학을 연구하고 임상에 적용해온 의사이자, 경영자로 원내 시스템과 역량을 대내외적 요구와 결합해 성과로 도출해내며 취임 1년여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원자력의학원만이 제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강화하고, 병원의 독립성이 아닌 사회와의 어울림을 강조해나가야한다는 소신과 기준이 존재했다.
양 원장은 "원자력의학원은 일반 병원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방사선을 연구하고 임상에 활용하는 역량을 갖춘 연구소병원"이라며 "추가적인 선택지를 제시해 지역 의료진이 믿고 환자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던 것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환경조성을 위한 내부적인 노력과 대외적인 활동도 뒤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원자력발전소가 주변에 분포해 외국인환자 비중이 높아 표준약관을 만들어 등록절차를 줄이는 등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력을 재조정해 업무 효율성을 꾀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에 축적된 연구결과와 임상적 성과들을 모아 재분류하고 산업과의 연계가 가능한 점들을 활용했다"며 중입자가속기 수출 및 관 개발, 수지상줄기세포를 활용한 면역치료법 개발,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임상시험 및 관련 시장 진출 등을 예로 들었다.
여기에 부산시와의 업무협약을 활용한 해외 진출, 부산시 내 방사선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기술제휴 및 지원, 방사선 정밀측정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관 인증 등 다양한 사업에도 참여해 대외적 인지도와 신뢰도를 쌓아 임상과 연구,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양 원장은 "궁극적으로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확대하고 과학기술 확산이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부족하지만 다양한 차원에서의 접근을 통해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때론 냉정하고 때론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원장이지만 임직원들의 노력과 이해에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라며 "올해도 흑자가 이어진다면 정부 지원 등 여건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했다. 양광모 원장이 이끌어갈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미래가 주목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