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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5시간의 토론. 첫 맞선에서 좀처럼 연출되기 어려운 대화의 장을 통해 두 사람은 미래를 약속했다. “이 사람이라면···" 긴 대화의 결론은 확신이었다. 그렇게 전도유망한 의학도와 예비교육자는 인생의 한 배를 탔다. 그로부터 53년. 젊은 의학도는 전세계 병원들의 거장이, 그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사범대학 여학생은 세계적 봉사단체의 주역이 됐다. 이들 부부의 양명(揚名)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에 기인한다. 상대를 향한 무한 믿음은 가정은 물론 대외 활동에도 크나 큰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금혼식(金婚式)을 치른 50년 지기 원앙답게 영광의 순간도 늘 배우자를 찾는 이 부부는 바로 대림성모병원 김광태 이사장과 변주선 행정원장이다.
“병원 인식 전환 일조”
“지금껏 저의 봉사와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곁에서 평생을 도와준 남편 김광태 박사에게 감사드립니다.”
최근 ‘관악대상’ 시상식 연단에 오른 변주선 행정원장의 수상 소감에는 여지없이 인생의 동반자인 남편 김광태 이사장이 등장했다.
서울대학교 총동창회가 제정한 ‘관악대상’은 모교와 동창회의 명예를 드높인 동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절대적 권위를 자랑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성악가 조수미 등 역대 수상자 면모에서도 상의 무게감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변주선 행정원장은 차세대 지도자 교육과 장학사업 등으로 국가 발전과 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관악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실 이번 수상은 변주선 행정원장 개인으로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차원에서도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규모나 위상 면에서 법학대학이나 의과대학, 경상대학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만큼 상대적으로 사범대학은 영향력이 미미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변주선 행정원장은 22년 동안 사범대학 동창회 발전을 위해 헌신했고, 이를 기반으로 지난 12년 동안 총동창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적극적인 참여 행보를 이어왔다.
총동창회에서는 이러한 변주선 행정원장의 헌신을 인정, 사범대학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관악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럼에도 변주선 행정원장은 ‘사범대 사상 첫 수상자’라는 타이틀 보다 병원인의 수상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했다.
그는 “병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수상 소식이 조금이나마 우리 사회에 의사나 병원에 대한 인식 개선에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수줍어 말했다.
“내 인생의 숙명, 병원”
변주선 행정원장이 이처럼 ‘병원인’을 자처하는 것은 그의 인생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병원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영어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남편인 김광태 이사장이 지난 1969년 병원을 개원한 후 줄곧 병원 일을 거들어 왔다.
의사인 남편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원장으로서 간호사와 직원들을 총괄하며 병원살림을 책임졌다. 병원계에 팽배한 ‘사모님 콤플렉스’는 적어도 대림성모병원에는 작용하지 않았다.
변주선 행정원장 스스로도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바쁜 생활 틈틈이 병원행정학 공부를 계속해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특히 바쁜 삶 속에서도 3남매 모두 서울대학교에 보내며 사회생활 뿐만 아니라 소위 ‘자식농사’도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음악가인 두 딸의 배우자는 물론 막내 아들까지 모두 의사다.
변주선 행정원장은 3남매에게는 현모(賢母)이자 남편에게는 양처(良妻)였다. 그는 숨은 내조를 통해 남편인 김광태 이사장의 이상 실현을 도왔다.
20병상에 불과하던 병원을 500병상의 대형병원으로 성장시켰고, 병원에서 일군 제가를 토대로 대외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대한병원협회장 및 아시아병원연맹 회장에 이어 ‘세계 병원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병원연맹 회장을 역임한 것도 김광태 이사장의 포부와 변주선 행정원장의 내조가 빚어낸 결과들이었다.
자신을 믿어주고 밀어주는 아내를 위해 김광태 이사장 역시 물심양면으로 외조했다.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변주선 행정원장은 왕성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총재, 세계걸스카우트 아태지역위원회 의장, 한국아동단체협의회 명예회장, 대교 세계청소년 문화재단 이사 등 직함을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변주선 행정원장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남은 생도 존경하는 남편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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