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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뼈 건강
박상민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 2016년 04월 10일 19시 35분 ]

흐릿한 아침을 맑게 시작하는데 한 잔의 커피가 절실한 분들이 많다. 확실히 온 몸을 도는 카페인은 몸과 정신을 각성시킨다. 과거부터 커피의 이런 각성 효과와 향(香) 때문에 기호식품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지금은 식사 후 거리를 걷다 보면, 수없이 많은 커피점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필자는 한때 커피를 달고 살았다. 헌데 가족들은 이런 필자의 모습이 걱정이 됐는지 "커피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 나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항상 얘기해 왔다.

직
접적으로는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어려울 수 있고, 두근거림과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민감한 사람들의 경우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고, 일시적으로는 혈압이 올라갈 수도 있다. 또한 속쓰림과 소화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 때문에 커피가 심장혈관 건강과 위장에 안좋다는 통념이 있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역학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이러한 통념에 대해 많은 부분들이 잘못된 상식임이 밝혀지고 있다.

우선, 커피는 단시간에 혈압을 약난 올리지만, 장기적으로는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하루에 3~5컵 커피를 마시는 경우 안 마시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5%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커피가 유방암, 대장암, 간암, 전립선암 및 피부암 위험도를 낮출 뿐 아니라, 심지어 속쓰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커피가 위암 위험도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커피가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가 속속 기사로 나올 때마다 필자는 친히 그 기사를 오려서, ‘커피는 심장병도 예방하고, 암도 예방하잖아’ 라고 얘기하며 가족들을 안심 시킨다.

아니, 안심시킨다기 보다는 자신을 방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마다 듣는 반론은 커피가 뼈 건강에 나쁘다는 우려다. 필자도 카페인이 위장에서 칼슘 흡수를 막고 소변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뼈 건강을 해친다는 이야기를 학생시절부터 오랫동안 들어왔다.

하지만 커피 애호가로써 그냥 있을 수 없는 법, 이때부터 정말 커피가 뼈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마침 필자와 가정의학 동기인 이동률 교수가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의기투합해 함께 진행했다. 

그동안 커피 섭취와 골절의 관련성을 살펴본 기존 연구들을 모두 취합해서 종합적으로 분석을 해 보았더니,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15편의 역학 논문들을 살펴본 결과 커피를 많이 마시면 여성에서는 골절 위험도가 14%까지 증가할 수도 있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오히려 24%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에도 갱년기 이후에는 커피 섭취가 골절 위험도와는 상관이 없었다.

필자는 1년 동안 수없이 커피를 마시며 이 연구 결과를 ‘뼈(Bone)’ 학술지에 게재하고는 바로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 “커피가 남자한테는 뼈건강에 좋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못한 질문이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 여성들의 갱년기 전후 커피가 뼈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바리스타 수준의 드립커피를 만드는 후배와 함께 바로 사실 관계 규명에 들어갔다. 제4차 국민영양조사에 참가한 우리나라 50대 이하 폐경 전(前) 여성 6,994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가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 여부와 관련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 하루에 한 잔씩 커피를 마시는 건강한 여성과 하루에 세 잔씩 커피를 마시는 여성의 골밀도는 비슷했다. 즉, 우리나라의 젊은 여성이 마시는 커피가 꼭 뼈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없는 것이다.

폐경후 여성 4,066명에게도 커피와 골밀도의 관계를 살펴보았는데, 놀랍게도 커피를 하루 2잔 이상 마시는 경우가 전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그룹보다 뼈 건강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필자는 이 연구가 미국국립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Plos One에 게재되자 마자 다시 부모님께 연락 드렸다. “커피가 이제는 폐경후 여성의 뼈건강에 좋을 수도 있어요!”

커피에는 칼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 카페인 외에 뼈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성분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커피에는 에스트로젠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골밀도를 올리는 효과를 가진다.

또 커피는 풍부한 항산화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항염증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커피의 여러 성분들이 여성의 뼈 건강에도 이로운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연구들만 가지고 커피가 여성의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확실하게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커피가 뼈 건강에 나쁘다는 기존의 통념이 정말 맞는지에 대해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문을 제기한 것 만으로도 커피 애호가에게는 나쁘지 않은 소식이 될 것 같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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