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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며칠 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의사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이 될 뻔한 지역의사회장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7일, 서울시의사회 정기대의원총회. 단상에 서서 인사말을 하는 김숙희 회장에게서 노곤함이 느껴졌다. 뜬 눈으로 며칠 밤을 새우고 무엇보다 정신적 충격이 컸을 상황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그럼에도 그는 ‘유명한’ 여의사가 돼 감사하다는 의미의 인사를 회원들에 전했다.
깜짝 소식이었다. 지난 3월 20일 더불어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이 1~10번인 A그룹에 속해 당선권에 들었던 것이다.
의료 전문가이면서 여성이라는 부분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김 회장은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뒤늦게 비례대표 추천 연락을 받고 고심 끝에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본인도 당선권에 들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다.
천당·지옥 오갔음에도 평정심 잃지 않은 진중함
의료계 단체는 뜻밖의 소식에 이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등에서 잇따라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대한민국 보건의료가 대외적으로 세계 선두권의 보건의료수준으로 인식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대내적으로는 의료소비자인 국민은 물론 의료공급자인 의료인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환기시켰다.
의협은 “이와 같은 현실을 개선해 국민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건설적인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김숙희 회장이 지대한 기여와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대개협도 “여·야를 뛰어넘는 새로운 보건의료 정책 방향이 제시될 수 있길 기대하며 나아가 보건의료계 전체의 화합과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루아침에 당선권 멀어지며 국회 입성 좌절
하지만 이 같은 의료계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김숙희 회장은 하루아침에 당선권에서 멀어져 결국 국회 입성이 좌절되고 말았다.
의료계 의도와는 상관없이 더불어민주당 자체 내 발생한 비례대표 공천 논란이 범의약계로 번졌다. 일각에서는 범의약계 갈등이 표면화 되면서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A그룹에 속해 당선이 확실시됐던 김숙희 회장은 2012년 언론을 통해 노무현 前대통령을 ‘자살로 자신의 과오를 묻어버린 대통령’으로 평가했다는 이유 등으로 하루 만에 밀려났다.
범의료계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란 얘기가 흘러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뜻을 모아도 어려운 판국에 대표성을 운운하며 의료계가 갈라서는 모습을 보인 게 순위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꽤나 큰 충격으로 밤잠을 설쳤지만 김숙희 회장은 결과를 받아들였다. 현재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하지만 떨쳐낼 수 없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을까.
김숙희 회장은 “단 며칠에 불과하지만 그 동안 정치에 대해 무관심했던 의사들이 정치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됐다”면서 “상당수 의사들이 여전히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 주소”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회장은 “회원들과 여러 의사단체들의 지지와 성원을 접했다. 동료 의사들에게 감사하다”며 “그럼에도 기대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의사 직능 이익만 대표? 근거없는 주장자 중상모략”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김숙희 회장은 “나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이고, 종교는 기독교다. 때문에 자살에 대해서는 평소부터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런 생각이 칼럼 내용으로 부지불식 중에 반영된 듯하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의사 직능의 이익만을 대표했다는 일부 보건의약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과 국민 건강권이 일치해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내가 주장했던 것은 국민 건강권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 보장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영리화 정책을 옹호했다는 주장 역시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의협은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정부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활동을 전개해 왔다”며 “서울시의사회장이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으로서 의료영리화 정책 옹호 주장은 중상모략”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에 나섰던 것은 더민주가 기존의 무상의료, 무상복지 주장을 더 이상 고수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숙희 희장은 “비록 국회 입성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의사들의 위상을 공고히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사람 중심의 진찰, 변하지 않는 진리”
김숙희 회장은 대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서울시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다. 국회의원 당선 여부를 떠나 분명한 것은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해 의료환경 변화에 맞서 의사들의 권위가 확보돼야 하는데 지금은 누구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김숙희 회장은 “최근 인공지능이 의료 분야에서도 화두인데 아무리 의료 선진기술이 앞서간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사람 중심의 ‘진찰’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선제적인 자세로 임하면서 회원들 의견을 적극 수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한 투명한 의사소통 통로를 확보해 회무 집행에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단, 의료정책과 관련해서는 사안에 따라 단호히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의지다.
김 회장은 “의료계를 압박하는 잘못된 정책이 집행될 경우에는 반드시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 저지에 나설 것”이라며 “서울시의사회 위상에 부합하도록 적극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올해는 국민과의 공감대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의사들을 규제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 같은 상황일수록 의료계 지도자들이 단합해 주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노력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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