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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31일 열린 선고기일에서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의료인에 대해 10년간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제공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舊 아청법(2012. 2. 1. 법률 제11287호로 개정되고, 2012. 12. 18. 법률 제115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1항 제13호 중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관한 부분, 아청법(2012. 12. 18. 법률 제115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6조 제1항 제12호 중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단 한 번이라도 성범죄를 저질러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범죄의 경중과 관계없이 10년 동안 사실상 의사로서의 삶을 살 수 없게 하는 것은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과하다고 본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의료인의 면허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위 개정안에는 의료행위 중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재판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면허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록 위헌으로 결정이 났으나 성인 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는 10년 간 사실상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게 하는 법률이 있었고, 이에 나아가 아예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까지 발의가 된 것이다.
의사는 그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환자와 신체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전문지식이 부족한 환자는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던 중 신체접촉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신체접촉이 정상적인 진료행위 안에 속하는지 진료행위를 벗어나 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질 수 없게 하자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환자가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상황, 즉 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성범죄의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더더욱 그렇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진료를 못하게 하거나 면허 자체를 취소하는 법안의 취지 자체는 옳다고 본다. 그러나 모든 범죄는 일도양단하는 것처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병원에서 여자 환자들이 성범죄에 취약할 수 있는 것처럼, 의료인의 직업 특성상 진료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데다 환자나 보호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정상적인 진료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고소를 당하는 의사들 역시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만으로 의사 면허가 정지되고, 낮은 벌금형에 지나지 않는 가벼운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판단의 여지없이 의사 면허까지 취소되게 하는 것은 의사 집단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보면 형벌보다 가혹할 수 있는 의사 면허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형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할 것이다.
의사라고 하여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의사라는 직업 특수성상 다른 직업군보다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누구나가 공감할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직업군과는 다르게 좀더 규제가 필요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들에게 면허와 관련,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를 하게 된다면 의사들 자신이 과도한 규제의 희생양이 됨은 물론이고 환자로부터 오해를 받을 것을 두려워해 적시에 필요한 진료행위를 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인 진료행위를 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결국 환자들 역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 면허에 대한 제재나 취업 제한이 미치는 영향은 결코 형벌보다 적지 않다. 그렇다면 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재범 위험성의 존부와 정도에 관해 구체적으로 심사를 한 후 면허에 대한 제재 정도나 취업 제한의 정도를 정해야 할 것이다. 이에 관한 심사절차는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정해져야 할 것으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