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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자 코프로모션 판도 변화 ‘도미노’ 후폭풍
MSD 판권 계약 촉발, ‘사노피→대웅→종근당’ 연쇄 이동
[ 2016년 04월 21일 12시 52분 ]

수 백억원에 달하는 제품 판권이 연달아 이동하면서 국내 제약업계 파트너십 판도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당장의 실적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내 것을 빼앗기면 또 다른 남의 것을 가져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올해는 MSD가 종근당으로 판매사를 바꾸면서 대웅제약에 타격이 예상된다. 또 사노피는 대웅제약에 판권을 빼앗기며 엉뚱하게도 불똥이 튀었다.

올해 초 제약업계에는 ‘MSG를 먹지 않은 곰(대웅제약)은 더 잘 클거라고 전해라’라고 적힌 유인물이 항간에 떠돌았다. 영업사원 단독 행동으로 뒤늦게 알려졌지만 대웅제약의 MSD 상품 판권 만료에 대한 감정이 노출된 해프닝이었다.  

대웅제약은 당뇨병치료제인 자누비아를 비롯해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 이탈파마코사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 등 대형품목 판권계약이 잇따라 만료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올해 대규모 의약품의 생산 및 코프로모션 종료에 따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일시적으로 매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설욕 나선 대웅제약, 맞불 경쟁 ‘정조준’

이에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대웅제약이 새로운 도입품목과 제네릭으로 빼앗긴 상품 공백을 메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우선 당뇨치료제 자누비아와 같은 DPP-4 억제제 군의 제품을 새롭게 도입했다. 상대는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 군이었다.

LG생명과학은 지난 1년 간 파트너사 변경을 내부적으로 고려해 사노피와의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 계약기간은 아직 잔존한 상황이었지만, LG생명과학은 결국 지난 1월 말 대웅제약을 제미글로군의 국내 판매 파트너로 새롭게 선택했다.

사노피는 당시 “계약조건의 불성실 여부, 판매량 등 여타 부족한 조건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웅제약은 자누비아의 공백을 메울 당뇨치료제로는 제미글로를 도입한 데 이어 글리아티린, 바이토린의 빈자리는 자사의 제네릭으로 대체하기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4월 특허만료되는 MSD ‘에제티미브’를 겨냥해 ‘크레젯(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을 허가받았다.

또 특허심판원에 에제티미브 물질 특허와 관련된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해 조기 출시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대웅제약이 이 같은 선택을 할수 있었던 데는 ‘바이토린’ 판매 경험이 기반이 됐다. 기존 관리했던 ‘바이토린’거래처를 ‘크레젯’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크레젯은 1월 종근당으로 넘어간 MSD ‘바이토린(에제티미브+심사스타틴)’, ‘아토젯(에제티미브+아토르바스타틴)’과 스타틴 성분은 다르지만 같은 계열의 경쟁 상대다.

이탈파마코사로부터 원료를 수입해 제조 판매하던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 역시 계열사인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티민’으로 제네릭 맞불 작전을 펼칠 방침이다.

글리아티린 영업망을 그대로 활용해 매출에 누수가 없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웅제약이 유한양행이 코프로모션하는 아스트라제네카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 도입했다. 이에 새로운 변화도 예고되는 모양새다.

대웅제약은 2015년 매출 약 800억원(유비스트 기준)의 크레스토로 제품의 효과 및 안전성을 바탕으로 양사가 상호 협력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다국적사 판권 계약 이동···제약사 간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대웅제약뿐만 아니라 올해 판매사가 바뀌는 사례는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1월 보령제약은 지난 2008년부터 국내에 판매해 온 항암제 ‘탁솔(파클리탁셀)’의 판권이 만료됐다. 앞서 BMS의 바라크루드 코프로모션 계약을 만료한 후 두 번째 결별이다.

이번 계약 만료에 따라 한국BMS제약은 탁솔 판권을 회수하고 국내 단독 판매에 들어갔다.

반면 보령제약은 삼양바이오팜의 탁솔 제네릭 ‘제넥솔’을 대체 품목으로 도입했다. 다국적사 품목에서 국내사 제네릭 품목으로 돌아선 사례다.

삼양바이오팜과의 계약 체결 시 보령제약 최태홍 대표는 “국내 제약사간 협력체계 구축은 보다 안정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영업 경쟁력을 통해 양사의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최근 국내에 공식 출범한 샤이어 역시 유한양행으로부터  본태성혈소판증가증 치료제 ‘아그릴린캡슐’의 판권을 회수했다. 탁솔처럼 제품의 판권이 원 개발사를 되찾아간 것이다.

‘아그릴린캡슐’은 유한양행이 지난 1998년 샤이어로부터 국내에 도입한 약물로 골수증식성질환 치료에 쓰이며 판매해왔다.

샤이어코리아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해 말 계약 만료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올해 상반기는 유한양행이 판매를 지속하고 하반기를 목표로 샤이어코리아가 국내시장에 다시 론칭해 판매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판권 목메는 국내사 ‘악순환’···수수료 낮추기 등 ‘제로섬게임’

이러한 도입품목의 판권 변화는 사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다. 영업력을 활용해 매출을 보장받는다지만 계속되는 도입 경쟁은 판매 수수료 낮추기로 제 살을 깎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많이 팔아 수익을 남기면 된다지만 경쟁이 첨예해지는 국내 시장 환경은 점점 척박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경쟁은 국내 제약산업 환경에 이로운 점이 없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A제약사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은 언제든지 환영하는 곳이 약업이다. 하지만 자기 제품이 아닌 상품 도입을 위해 낮은 수수료를 감안하는 것은 영업사원 압박만 심해지는 꼴”이라고 밝혔다.

B제약사 관계자는 “한순간에 담당하던 품목을 잃었다. 그간의 쌓아온 데이터와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다. 이익 관계에 따른다고는 하지만 기본적 파트너십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도 상품과 제품, 경쟁과 공존의 선택지가 국내 제약사, 다국적 제약사들 앞에 계속 놓이게 될 전망이다.

국내 중견 제약사의 고위 관계자는 “결국 남의 손을 빌리면 내 손으로 일한만 못하다”라며 “R&D 투자를 통해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환기자 kim715@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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