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을 해놓고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손님을 일컫는 '노쇼(No-Show)'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기관들 역시 예약진료비 존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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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 여론을 감안하면 폐지하는게 마땅하지만 환자들의 예약 부도로 인한 경영 손실을 생각하면 존속시킬 수 밖에 없어 고민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예약진료비는 다음 진료를 예약하며 미리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예약된 날짜에 진료를 받지 않는 경우 환불 절차에 들어가지만 이 과정에서 미환불 금액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진료예약비가 제대로 환불되지 않아 대형병원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약진료비 미환불액이 지난 2012년 이후 총 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미반환금액은 충남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이 각각 8억원 이상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반환율은 서울대치과병원이 63.7%로 가장 높았다.
설훈 의원은 “진료를 받지 않으면 진료비를 반환해 줘야 하지만 다수의 대학병원들이 반환에 소극적”이라며 “진료비 수납이나 예약진료 감소에 영향을 다소 미치더라도 선수납제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강원대병원, 강릉원주치과병원은 예약진료를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전남대병원은 2013년부터, 경북대병원은 2015년부터 당일수납을 시행 중이다. 충북대병원은 2014년 2월부터 후불제를 도입했다.
전북대병원의 경우에는 지난 2월 선수납제를 폐지했다. 진료비 반환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관련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해 당일 연락을 취하고 추후 내원 예약이나 환불을 실시하고 있다.
설훈 의원은 “일부 병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반환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개선 방안이 마련돼 소비자들로부터 부당진료비를 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일수납 제도 변경 시 민원 급증
하지만 진료예약비 제도를 없애거나 환자 동의없이 임의로 환불 처리할 경우 의사로부터 검사 의뢰를 다시 받기 위해 진료예약을 해야 하는 등 환자 불편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최근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5년 간 미환불건수는 2만9358건, 미환불액은 5억4120만원에 달했다.
미환불 건수는 2010년 2만3005건에서 2011년 3690건으로 급격히 줄었고, 그 뒤로 각각 855건, 827건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2014년 다시 1181건으로 반등했다.
미환불 액수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10년 4억324만원, 2011년 6623만원으로 크게 줄었고, 2012년 1780만원이었지만 2013년 1829만원, 다음해 3562만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체 미진료 예약진료비 대비 미환불 예약진료비 비율은 2010년부터 44%, 31%, 16%, 20%, 26%를 보였다.
연도별 격차가 큰 것은 관련 제도 운영 변화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2011년부터 근본적인 수납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당일수납제를 시행했다.
그럼에도 관련 문제가 계속 제기돼 2014년 3월부터 모든 진료비 선수납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이 때문에 진료비 미환불 건수와 액수가 줄어들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선수납을 요청하는 환자들의 민원이 급증해 2014년 7월부터 해당 시스템을 중단, 일부 검사에 한해 한정적으로 예약진료비를 받고 있다.
병원으로서는 환자 동의없이 임의 환불 처리 시 의사로부터 검사 의뢰를 다시 받기 위해 진료예약을 해야 하는 등 환자 불편이 가중되는 문제 탓에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예약진료비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내원 환자가 다음 진료편의를 위해 요청하는 경우 지방채혈, 새벽 공복채혈, 휴일 예약검사에 한해 미리 선수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집중기간을 정해 환불 안내 또는 환불 처리하고 있으나 내원하지 않은 환자의 연락처 변경 등으로 인해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앞으로도 진료비 환불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