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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이 카데바(Cadaver)를 학문적 대상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시신 기증자가 겪었을 고뇌와 유가족의 슬픔까지 헤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전북대학교병원 정연준 기획조정실장(소아외과)[사진]은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처녀작 ‘카데바’를 제작한 이유를 밝혔다.
카데바는 최근 폐막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패밀리 단편’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15분짜리 단편영화다. 정연준 실장은 직접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아버지 유지를 받들어 시신을 기증한 의학전문대학원생 ‘동주’가 의학도이자 유가족으로서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갈등을 겪으면서 훌륭한 외과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동주가 해부하는 시신이자 기증자의 고뇌를 보여주는 또 다른 인물로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70대 할머니 ‘숙자’가 등장한다. 숙자는 자신 때문에 아들이 선천적 기형으로 태어났다고 믿어 시신 기증을 결심한다.
지난 2011년 국내 D보건대학교 학생들이 중국 길림대학에서 해부용 시신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그 모습을 SNS에 올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정연준 실장은 “당시 학생들의 책임감 없는 행동에 충격을 받아 시신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헤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전했다.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았지만 카데바는 사실 전북지역 유일한 소아외과 전문의로서 20년 동안 외과의사로 살아온 정 실장의 성장사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을 카데바에 대한 책임감 후배들이 잘 기렸으면"
정 실장은 “의대생 시절 매너리즘에 빠져 시신 자체에만 집중했던 것이 후회가 남는다”면서 “선배의 과오를 후배들이 밟지 않고,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을 카데바를 책임감을 느끼고 다뤘으면 하는 마음도 영화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완성된 시나리오를 들고 전주시영상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했다. ‘2015년 전주 단편영화제작지원 선정작’에 당선된 덕분에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미 정 실장은 이전에도 영상 제작 경험이 있었다.
의과대학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그는 지난 2002년 전공의들이 외과의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집도식 과정을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다. 당시 뮤직비디오를 본 전공의들과 교수들은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정 실장은 “한편의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영상 제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지난해 8월21일부터 8월 24일까지 총 사흘에 걸쳐 촬영됐다. 총 70여명의 출연진과 스태프가 동원됐다.
70대 할머니 역으로 장모 흔쾌히 출연
의대 영화동아리 초대회장 출신인 동료 교수가 조감독으로 나섰고, 의전원 학생 중 충무로에서 촬영감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제자가 촬영과 출연진, 스태프 섭외를 도맡았다. 의전원생 50명도 보조출연자로 참여했다.
시신 역할이라 끝까지 섭외가 어려웠던 70대 할머니 숙자는 정 실장의 장모가 선뜻 응해준 덕분에 영화 촬영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정 실장은 “쉽지 않은 결정을 해 준 장모님을 비롯해 시신 기증의 참 의미를 찾고자 한 뜻에 흔쾌히 함께 해준 학생들과 병원 직원 영화 제작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단편영화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그는 병원 살림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 보직과 진료를 병행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새로운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수와 공유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영상이라는데 매력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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