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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이 포기한 그 곳. 충청남도 작은 읍내에 자리한 세종특별자치시 시립의원. 사실 도서관 건물이었던 이 곳은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변화의 산물이다. 정부세종청사 입주 전부터 의료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고, 그 여론을 의식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대병원 세종 진출이 이뤄졌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정무적 판단은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청사와 시립의원의 접근성은 물론 의료진 수급 등 운영 전반에 고충을 토로하던 서울대병원이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당장 마음이 급해진 것은 세종시였다. 시는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충남대학교병원에 시립의원 위탁 운영을 제안했고, 수 차례의 설득 끝에 승인을 얻어냈다. 다만 정체성에 확실한 변화를 꿰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진심이 통하다
사실 충남대학교병원 입장에서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이미 세종의원을 운영 중에 있었고 오는 2018년에는 1000병상 규모의 세종충남대병원 개원도 앞두고 있는 만큼 헛심 쓸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행정수도 이전 당시 의료 인프라 구축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서울대병원이 포기한 곳이었기에 자존심 차원에서도 허락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충남대병원 김봉옥 원장은 세종시의 간곡한 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지역 의료 종주병원으로서의 역할까지 부정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세종시의 강한 의지에 손을 들었다. 세종시는 진료기능 위주의 운영 방식에서 탈피해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치매 등 노인성질환 예방 및 지원 중심으로 재편하기를 원했다.
뿐만 아니라 위탁 운영 주체의 부담을 최소화 하도록 ‘예산 전액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도 제시했다. 세종시립의원의 1년 예산은 26억원 규모다.
김봉옥 원장[사진]은 “시립의원 기능 재정립에 공감이 갔다”며 “앞으로 노인환자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3분 진료가 뭔가요?”
이렇게 해서 지난 3월 충남대병원의 세종시립의원 위탁 운영은 시작됐다. 서울대병원이 떠난 지 정확히 3개월 만이다.
세종시립의원에는 총 15명의 직원이 배치돼 있다. 진료과목은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개설돼 있고, 조만간 신경과 진료도 개시할 예정이다.
물론 환자 수가 많지 않은 탓에 가정의학과는 상시 진료가 이뤄지지만 다른 진료과목은 특정 요일을 정해 운영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3월 개원 후 현재까지 총 진료인원은 113명. 하루 평균 4~5명 꼴에 불과한 숫자다. 여느 의료기관이었다면 ‘비상 상황’이었겠지만 세종시립의원은 의연하다.
결코 수익이 아닌 지역민 건강 증진에 초점이 맞춰진 운영 형태인 만큼 조바심은 없다. 환자들이 원하는 만큼 진료를 볼 수 있는 특권도 그래서 가능하다.
세종시립의원 김규필 원장은 “어르신들을 진료하다 보면 질환은 물론 가정사까지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며 “이곳에서 3분 진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는 젊은층 인구 유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구도심인 조치원읍을 중심으로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지역민의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격(格)’이 다른 치매관리
세종시립의원 정체성 변화의 핵심에는 노인성질환통합관리센터가 자리한다. 지역 내 고령인구의 치매 문제를 보다 선제적으로 예방, 발견, 치료하는 역할이다.
김정란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을 비롯해 간호사 4명, 작업치료사, 임상심리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행정직원 등 총 10명의 인력이 치매 관련 사업을 수행한다.
△치매 인식 개선사업 △조기검진사업 △예방등록사업 △인지증진교실 △치매관리비지원사업 △치매가족 지원사업 등이 주임무다.
물론 기존 보건소와의 업무 중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세종시립의원의 노인성질환통합관리센터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국책사업이 주를 이루는 보건소 치매관리와는 달리 세종시립의원은 순수 시 예산을 투입해 한차원 더 높은 치매예방 및 관리가 이뤄진다.
특히 대학병원과 지자체의 치매관리 협업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아가 치매 관련 코호트 연구 등을 수행, 정책 제안 로드맵도 세워져 있다.
김정란 센터장은 “치매 조기진단 및 치료를 통해 중증치매를 예방하고, 환자 및 보호자의 스트레스 완화와 부담감 감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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