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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우)와 최진혁·이혜승 전공의(좌)
'청출어람', 스승은 누구나 제자가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위한다. 그러나 진정 같은 눈높이에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은 많지 않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는 제자들이 찾는 그런 스승 중 하나다.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의학 교육수련 환경에서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그래서인지 스승의 날을 앞둔 지난 5월13일, 김 교수가 있는 고대구로병원 병리과에는 학생들이 보낸 화환과 편지 등 각종 감사선물이 가득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넓게 보고 다양한 길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에만 갇혀서는 안된다"며 입을 열었다.
"스승이자 선배로서 병리과 희망 제시 책임 느껴"
그도 그럴 것이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각자 학교와 병원에서 하루를 보내기가 다반사라는 것을 김 교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 다양한 활동과 영역을 개척해왔다.
연구분야에서는 미라 연구로 대표되는 '고병리학'을 알렸고, 극지연구활동을 통해 국내 최초의 대한극지의학회 창립을 이끌었다. 개인으로는 국내 의대에 최초로 검도부를 만드는 등 자신의 위치를 의사로 구분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병리과는 2.2cm~3.3cm에 이르는 현미경을 통해 검사와 판독 외에도 다양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면서 "스승이자 선배로서 그 희망을 증명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누구보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권위와는 거리가 먼 존재다. 제자들에게는 선후배 간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주고, 사재(私財)를 털어 의과대학 내 병리상을 제정하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격(格)을 허문 눈높이, 세상 곳곳에 견문 넓힌 사제지간”
김 교수 교실에는 언로(言路)가 틔여 있다는 것이 제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다른 과와는 달리 수평적 문화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한다. 김 교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닐까"라고 자문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고대구로병원 병리과 레지던트 4년차인 최진혁, 이혜승 전공의는 "그런 스승의 모습에서 미래를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승 전공의는 "교수님과 함께 하다보니 병리 연구를 위한 아프리카 등 국가에 봉사활동을 꿈꾸게 됐다"라며 "교수님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환경과 분야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최진혁 전공의는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 교수님께서 본교 학생처장을 맡고 계셔서 의외였다”면서 “이전부터 교수님의 제자이기도 한 아버지께 말씀을 많이 듣기도 했지만 매일 함께 하다시피 한 지금은 이해가 된다”고 밝혔다.
김한겸 교수가 기억하는 고대 학생처장의 경험은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실천 기회였다. 고려대학교 사회봉사단을 만든 것도, 페이스북 친구 3000여명 중 절반 이상의 인연을 학생들과 맺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김 교수는 “당시 내가 마음을 열면 처음에 학생들이 다 도망을 갔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진심을 알기 어려웠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마음을 열었다. 묘하게 다들 안다”고 회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데 중요하지만 사실 의사들에게는 제일 어렵기도 한 부분“이라며 ”재능이 있는 제자들에게 기회를 자꾸 주고, 노력이 부족하면 꾸짖기도 하는 것이 내 역할" 이라고 밝혔다.
이제 스승으로서 그가 바라는 것은 제자들이 더 많은 경험과 넓은 시각을 갖고 자신만의 영역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꽃이나 선물보다 지금의 제자들이 다시 누군가의 스승이 되고 그 마음을 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김 교수는 "전문적인 지식을 필수로 갖추 돼 인성은 가장 우선 시 해야 하고,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고의 전문성과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나보다 더 나은 스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로서 우리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했을 때 진정한 지성인이 되고 리더로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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