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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값 고민 깊어지는 대학병원
허지윤 기자
[ 2016년 06월 02일 05시 45분 ]

[수첩]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잃는다. 전체적으로 득이 없는 상황을 일컬어 보통 제로섬이라고 말한다. 얻은 이익보다 손실 크기가 크면 네거티브섬 게임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관행화됐던 대형병원의 소위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약품 도매업체들이 의약품을 납품하고도 제 때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공론화됐다.

 

갑의 횡포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의료기관과 약국이 약품대금을 6개월 이내에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최근 일부 병원들이 조심스럽게 속사정을 꺼냈다. A대학병원장은 약값이 왜 밀렸겠느냐남은 대금들을 유예기간까지 다 갚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요지는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의료수익은 나날이 팍팍해져 가는 현실과 함께 적자경영에 따른 재단 압박, 그리고 장기근속 직원 증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는 삼중고'였다.

 

실제 의약품 늑장 결제로 거론된 대학병원 대부분이 과거 명성과 달리 최근 심각한 경영난 가중으로 일부에서는 극단적 폐원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해당 기관들은 재단 측에 흑자 보고를 위해, 당장의 인건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외상을 누적해 왔다는 얘기다.

 

병원들이 저마다 경영상의 이유로 그 부담을 교직원, 거래업체, 환자 등으로 전가하는 것은 분명 비판할만한 문제다.

 

그런데 이는 제로섬 게임으로 작동하는 의료체계와 정책에 따른 일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사실상 병원이나 의사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국민은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제로섬이다.

 

보장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다양한 법과 제도가 생겨나고 있다.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3대 비급여) 축소 정책,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및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그에 따른 손실보전 대책, 수가 등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병원들의 불만과 우려는 여전하다.

 

앞서 사립대병원협의회 소속 64개 병원을 대상으로 3대 비급여 개선책이 시행된 후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득(得)보다 실(失)이 큰 체제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은 커녕 생존도 어렵다. 치열한 적자생존 구조 속에서는 원칙보다 각종 꼼수의 유혹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일단 나부터 살아야 하니까.’

 

최근 정부는 고용창출, 해외환자 유치 및 의료수출에 대한 기대로 의료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다. 그 중 교육과 연구, 진료라는 3개 기능을 수행하는 대학병원은 분명 핵심동력이다.

 

하지만 외상값을 고민하고 있는 대학병원의 현실은 아이러니다. 그에 따른 피해와 부담은 결국 여러 거래업체와 수 많은 노동자, 환자 등에게 직·간접적으로 이어진다.

 

복지와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의료기관의 경영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도, 병원의 경영난과 손실은 철저히 병원만의 몫이라는 대학병원장들의 볼멘소리가 있다.

 

제로섬 게임만 있는 게 아니다. 네가 살아야 내가 사는, 모두가 득이 되는 포지티브섬게임도 있다. 이제는 공정한 시스템 하에서 의료자원의 질을 고양시키기 위한 포지티브섬 체계를 만들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허지윤기자 jjy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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