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과 의료계가 고통 받고 지금까지 한국 의료의 퇴보를 초래한 모든 정책이 의료단체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됐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부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2의 건강보험 재정 파탄 사태가 재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가 지난 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醫‧韓 협진 활성화를 위한 예비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보고하자 의료계 내 반발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3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고갈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의계 몸집 키우기에 도리어 앞장서고 있다"며 의·한 협진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에 강력히 반기를 들고 나섰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한 협진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이 시범사업은 협진모형 개발 등을 위한 예비 시범사업(1년), 개발된 협진 모형에 대한 수가 적용 및 효과성 검증을 위한 1단계 시범사업(1년), 조정된 협진수가 검증 등을 위한 2단계 시범사업(1년)으로 총 3년에 걸쳐 추진된다.
의·한 협진제도는 의료기술의 발전 촉진과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도입됐으나 한의학과 관련,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의협은 "현대의학과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역시 미약하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그러나 복지부는 시범사업 추진 배경으로 세계 각국에서 보완대체의학으로서 전통의약을 보건의료체계에 융합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의·한 간 협진제도를 더욱 활성화시키겠다고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의협은 "한의계의 안전성 및 의학적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보험 급여화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의·한 협진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어 "임상적 치료 효과가 불분명한 한방행위나 한약에 보험재정을 투여함으로써 한방의 몸집부터 키우겠다는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무엇보다 "국민 부담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보험 급여화의 우선순위에 대한 국민적 동의는 물론, 관계 의료단체와의 사전 협의가 당연히 이뤄져야 함에도 절차가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대변인은 “치료효과나 급여화의 우선순위에도 부합하지 않는 의·한 협진 활성화를 위해 보험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국민 부담 증가와 보험재정의 낭비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금도 2019년 적자 전망에 더해 심지어 2025년에는 '고갈 위험' 경고까지 나온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 보다 보험재정 관리에 대한 고삐를 죄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러한 상황에서 동일한 병원에서 동일 목적, 동일 질환에 대한 진료시 후행 진료에 대한 급여를 인정하지 않는 보험급여 기준의 틀을 꺠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일상병에 대해 한방의 중복된 진료까지 모두 재정 부담을 하겠다는 논리로 보고 있는 셈이다.
김 대변인은 "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되는 진료비 수준의 최소 2배 이상이 소요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험재정 관리의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보험료 상승 역시 불가피하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의협은 "의·한 협진 활성화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임상적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작업에 복지부가 앞장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