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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영속(永續)을 꿈꾼다. 모두가 희망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코스피 상장기업의 평균수명은 32.9년이다. 코스닥 기업은 16.7년으로 짧다.
글로벌기업도 30년을 채 못 넘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00대 기업의 생존연한은 30년이고, 이들이 70년 간 존속할 확률은 18%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100년~200년 영속은 기적에 가깝다.
체성분분석기 전문기업 ㈜인바디는 올해 '마(魔)의 20년 고지'에 올랐다. 1996년 세계 최초로 부위별 체성분 분석방법(Direct Segmental Multi frequency 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DSM-BIA)을 적용해 개발한 ‘인바디(InBody)'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의 대명사’가 됐다.
1.5% 이내 오차 범위와 99% 신뢰도를 자랑하는 기술로 국내외 전문가용 시장을 평정했다. 미국·중국·일본에 현지법인과 전 세계 53개 대리점을 운영하며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매년 평균 30~40%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창립 20주년을 기해 데일리메디와 만난 차기철(59) 대표[사진]는 “국내 벤처기업이 롤(Role)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모범기업으로 영속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차 대표는 “인바디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덧붙이며 “관건은 5~10년 지나 후계 경영구도를 잘 짜고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차 대표로부터 영속의 기로에서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소회(所懷)를 들었다.
Q. 국내 의료기기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20년 간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 비결은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개발해 블루오션을 선점한 덕분이다.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않고 제품 품질과 영업망을 튼튼히 하는데 집중했다.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투자했다. 미국과 일본에 법인을 세운 것도 그 일환이다. 각 법인에 5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아마 중소기업 중 우리뿐일 것이다. 매해 30~40% 성장을 해외법인이 이끌고 있다. 향후 5년간 무난히 이어질 것이다.”
Q. 후발주자들이 맹추격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도 언젠가는 맞붙어야 하는데
“국내 업체 몇 곳이 체성분분석기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 그 어떤 회사가 체성분분석기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인바디를 따라잡을 수 없다. 완벽한 정확도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기술진입장벽이 높은 품목이다. 의료진에게 사용법을 교육시켜야하기 때문에 판매하기도 까다롭다. 그들이 추격할수록 우리는 더 앞서갈 것이다. 장담한다.”
"인바디는 선도기업이다.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내 놓으면 세계 최초가 된다. 1위와 2위의 차이는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느냐다. 2위는 창조를 해 본적이 없다. 방법을 모른다. 빠르게 따라잡기밖에 해본적이 없으니까.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이미 가 봤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생각은 1위기업만 할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이 자체적으로 체성분분석기를 개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기술에 관심이 있다면 그들은 인바디에게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가 20년 선배 아닌가. 다만, 플랫폼 구축 기업으로서 협력을 제의해 온다면 함께할 의향이 있다. 대등하고 공평한 제안이라면.”
Q. 새로운 20년을 앞두고 있다. ‘인바디 신화’ 이어질까
“10년, 20년 후에도 인바디는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올해나 내년쯤 되면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이다. 사업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10년 후 매출 2000억~3000억원도 어렵지 않다.”
"넘어야 할 난관은 세대교체다. 5~10년 후 내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 적임자가 사업을 물려받아 지금껏 해온 것처럼 안정적으로 키워나간다면 20년 후 조 단위 매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성공 확률은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본다. 선례가 없지 않는가. CEO가 바뀐 후 사세가 위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Q. 눈여겨 보고 있는 인물은 있나
“눈여겨는 보고 있다. 쉽게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Q. 인재양성에 남다른 공을 들인 것으로 아는데
“회사 초창기 때부터 과제업무제도를 운영해 왔다.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과제업무다. 일을 왜 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꾸준히 해내는 사람을 발견하면 사업을 맡기려고 했다. 그런데 15년 동안 과제업무를 무난히 해 내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100~200명 중 단 한명도 없었다. 부분적인 성과 이외에는 정말 잘 했다고 꼽을만한 사례가 없다. 그래서 내가 길을 잃었다. 20년 동안 조직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했지만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한 것이다.”
Q. 뜻밖의 답변이다.
“인바디가 처한 현실이기 때문에 직시해야 한다. 세대교체까지 주어진 시간은 5~10년이다. 인바디는 중견기업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조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영속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20살 인바디에게 주어진 숙제다.”
Q. 이제는 성공한 중견기업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인바디가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다른 벤처기업이 교과서로 삼을만한 모범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바디는 체성분분석이라는 한 분야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덩치를 키우는 데 욕심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위기 시에도 회사가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게끔 수익이 나면 저축을 했다. 여유돈으로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해외 법인을 만들었다. 20년 전 같은 출발선상에 있었던 의료기기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만큼 성장한 기업이 없다. 가장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껏 해온 것처럼 영속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성공한 창업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기술 창업은 결국 아이디어 경쟁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승부를 벌여야 한다. 기업가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머리 좋은 사람들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진학하고 공무원 시험이 아니라 창업에 뛰어든다.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며 수조원씩 쏟아붓고 있지만 효율적이지 않다. 창업이 선망의 대상이 되면 절반의 성공이다."
Q. 창업이 늘고 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하지 말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돈을 벌기 위한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다. 얄팍한 기술로는 성공할 수 없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면 성실하게 매달려야 한다. 꾸준히 전념하면 방법은 분명히 나온다. 인바디는 이 방식으로 성공했다. 사업을 잘 한다는 말은 일을 잘 한다는 뜻이다. 주객이 전도돼 돈을 좇으면 사기꾼처럼 일하게 돼 있다. 정석대로 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골프선수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골프를 잘 쳐야 돈도 따라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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