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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투석필터라도 안전하게 재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 건강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재사용 할 수 있다.”
일회용으로 허가된 의료기기를 재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병원 문을 닫게 된 의사 정모씨가 법정에서 내세운 주장이다. 정씨는 복지부 처분의 부당함을 피력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부장판사 장순욱)는 최근 서울 마포구 소재 A내과의원 원장 정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복지부는 만성신부전환자를 상대로 전문적으로 혈액 투석을 하는 A의원에 90여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현지 조사 과정에서 일회용 투석필터 ‘Dialyser’ 7940개를 재사용하고 총 1억7118만원의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비를 부당하게 청구한 사실을 적발한데 따른 것이다.
정씨는 투석필터를 재사용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고 법적인 처분 근거도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Dialyser는 일회용으로 허가받았지만 재사용 투석필터와 비교해 기능성이나 안전성 면에서 동일하고 안전하게 재처리한 뒤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의료기기법에 재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요양 및 의료급여 산정 기준도 투석필터를 일회용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적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는 혈액투석기 재처리기가 도입된 1999년부터 국립의료원을 포함한 다수 기관에서 일회용을 재사용해온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를 금지하거나 단속한 사실이 없다”면서 “이는 재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공적인 견해를 묵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복지부 손을 들어줬다. 의학적으로 안전한 지 여부와 관계없이 허가, 신고된 범위 내에서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관련법령이 일회용 의료기기 첨부문서에 '일회용'과 '재사용 금지'라는 문구를 명기하도록 하는 것은 위해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며 “처벌 및 제재 명문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재사용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는 허가 범위를 벗어나 필터를 재사용했음에도 일회용을 사용한 것처럼 급여를 청구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안전한 지 등에 관계없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부당 청구액이 1억7119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위법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재사용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공적인 기관에 의해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복지부가 17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일회용 투석필터 재사용을 허용한다는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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