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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1 완승을 거둔 사건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껏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왔던 바둑에서의 패배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불러 일으켰다.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도 부랴부랴 인공지능 산업 육성 정책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보건산업 분야 정책으로는 2021년까지 지능형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학용어 표준화부터 초석 다져야”
“보건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에 앞서 초석을 다지는 작업이 선행돼야만 한다.”
이병기 삼성서울병원 수석연구원은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이 16일 개최한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이용한 첨단 미래 의료기술 활용방안 세미나’에서 "인공지능 도입에 앞서 ‘의학용어 표준화’와 ‘의료데이터 정보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상생활에서도 동일한 언어를 사용해야 대화가 이뤄지듯 의료계 역시 표준화된 의학용어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4년 마련된 한국보건의료표준용어(KOSTOM)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WHO의 국제질병·사인분류(ICD)와 차이가 있어 의사마다 각기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언어가 달라도 의사 소통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표준화된 언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로 새로운 의료정보시스템에서 활용 가능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해 왔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 일은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같은 영상을 해석하더라도 사람마다 표현하거나 기록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보화에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실수가 발생할 수 있어 추가적인 검증도 요구된다.
그는 “인공지능이라는 차세대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길고 멀리 봐야 한다”며 “정부 역시 당장에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보건산업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인공지능, 의사 완전 대체 아닌 제한된 영역 역할 수행”
“인공지능이 발전을 거듭하더라도 제한된 영역에서만 의사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은 실수가 없다는 점에서 의사보다 나은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결국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공지능이 법적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 아니라 무결점의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그는 “모든 문제를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하기보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문에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병기 수석연구원은 "가상현실이 의료현장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신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가상현실 기술이 도입되면 의사와 환자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 수 있다”며 “현재의 3분 진료와 같은 환자들의 불만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