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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최근 ‘서울시립병원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삽니다’라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지난 5월 21일부터 22일까지 무박 2일 동안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개최된 헬스케어 메이커톤의 홍보행사였다.
메이커톤은 메이킹(ma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참가자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시제품을 출품하는 경진대회다. 이를 헬스케어 분야에 접목해 시립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게 이번 대회 취지였다.
이 행사를 주관한 곳은 서울의료원 내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사진]. 공공의료기관 최초로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한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는 이번 헬스케어 메이커톤에서 ▲어떻게 하면 환자가 머무는 병실이 더 스마트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수술 전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병원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병원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자주 손을 씻을 수 있을까 ▲헬스케어 관련 자유주제 등 총 5개의 주제에 대한 시민들 의견을 받았다.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에 따르면, 이틀 간 진행된 헬스케어 메이커톤은 대성공이었다.
헬스케어 메이커톤, 서울시-서울의료원 윈윈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는 본래 시민참여형 행사를 준비 중이었다. 당초 공모전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이커톤 행사로 해보는 것이 어떤지 의견을 냈고 센터도 이에 동의했다.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 팽한솔 팀장은 “서울시에서 병원 혁신과 메이커톤을 제안했고 센터 기획의도와 부합해서 진행하게 됐다”며 “실제 행사 중에도 박원순 시장이 방문해 참가자들의 열의에 감탄을 하고 갔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이 헬스케어 메이커톤 행사 개최에 적극 나선 것은 공공병원이라는 배경도 컸다. 민간 의료기관에서 헬스케어 메이커톤 행사를 하면 지나친 상업화가 될 수 있는데 시립병원인 서울의료원에서 시행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팽 팀장은 “스타트업에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병원 측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다. 그 중간다리 역할을 공공병원이 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현정 센터장도 “다른 데는 특허권 등 복잡한 문제가 많은데 공공병원에서 진행하는 메이커톤은 이른바 사심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며 “메이커톤에 참여한 사람들도 보통 메이커톤 행사 때 출품된 작품의 30%만 구현돼도 그 비율이 높은 것인데, 자신의 아이디어 대부분이 병원에서 실제로 구현된다는 점에 놀랐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헬스케어 메이커톤 행사에서는 ▲어린이 진료 공포를 줄이는 VR 기기[사진] ▲휴대용 인형 수액기 ▲속도조절 가능 폴대 ▲손을 소독해야 열리는 병실문 ▲소음제거 베개 등 시민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시제품들이 입상했다.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는 이들 입상작 중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해 실제로 서울의 시립병원 들에 적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정 센터장은 “곧 메이커톤 심사위원단과 미팅을 한다. 몇 개를 골라 어떻게 상용화를 할지 논의를 할 것”이라며 “다만 의료나 헬스케어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본 뒤 타당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립병원이라고 저렴한 게 좋은 건 아니다”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는 지난해 9월 개소했다. 사실은 4월이나 5월에 개소가 가능했지만 5월에 메르스가 터지는 바람에 개소가 미뤄졌다. 그렇지만 메르스는 공공의료기관에도 서비스디자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계기가 됐다. 환자경험에 필요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일은 공공과 민간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현정 센터장[사진]은 “메르스가 터지면서 시립병원이라고 진료비 저렴한 게 좋은 게 아니라는 데 뜻을 모으게 됐다”며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만 혁신을 하는 게 아니라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에도 서비스디자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서울의료원은 메르스로 병원이 붐비고 그에 따른 민원이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는 것부터 초점점을 맞췄다. 우선은 열을 측정해 정상 판정을 받은 환자들을 표시하는 일이었다.
이에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는 열을 측정한 환자에게는 열을 측정해 정상 판정을 받았다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처럼 서울의료원은 보다 쾌적하고 환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만드는 데 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 센터장은 “다른 병원들에서 서비스디자인 도입으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면 서울의료원에서는 공공성 창출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료원은 서비스디자인 도입으로 병원 내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어느 순간 환자에게 편리하게 병원이 변화한 것을 느끼길 바라고 있다.
팽한솔 팀장은 “서비스디자인이 유행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병원 분야는 잠재성이 크다”며 “앞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 많이 나올텐데 차근차근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김현정 센터장도 “다들 엄청난 것을 기대하지만 ‘서울의료원에서는 길을 잘 잃지 않는다’, ‘서울의료원은 장례식장을 이용하기 편하다’는 피드백을 받는 게 우선적 목표”라며 “하나씩 좋아지다가 어느날 갑자기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