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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쇼크' 이후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과 의료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세계 최초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적용한 국산 초음파 기기가 출시돼 유방암 진단에 사용되고 있다. 의료영상을 분석해 폐질환과 골 연령을 진단해내는 솔루션도 국내 스타트업에 의해 개발돼 상용화가 준비 중이다. IBM의 '닥터 왓슨'도 내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로 했다. 의료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AI는 의사의 역할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국내 의료정보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백롱민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 △유희석 아주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박래웅 아주대의대 의료정보학과 교수
의사는 최종 결정자
의사는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 중 하나로 전망된다. 지난 1월 발간된 ‘유엔 미래보고서 2045’는 30년 후 대체될 위험성이 높은 직업으로 의사·변호사·번역가 등을 꼽았다.
AI는 의사를 사라지게 만들까. 23일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만난 국내 의료정보 전문가들의 대답은 ‘노(No)’ 였다.
백롱민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은 “의사는 최종 의사결정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AI가 가이드라인과 다르거나 오류를 범했을 때 전문가인 의사만이 ‘게이트키퍼(gate keeper)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IBM 왓슨‘도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 추론해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문서로 정리하면 의사가 이를 참고해 치료한다.
백롱민 회장은 “AI가 의료 패러다임을 전환시킨다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질병을 분자단위까지 깊이 있고 넓게 이해한다는 의미이지, 의료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은 아니라”며 “AI는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로서 인류에게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유희석 아주대학교의료원장은 “진료과별 AI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정도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 역할을 AI가 대신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AI 적용이 활발한 진단과 관련된 분야는 실제 임상에서 더 빨리 기계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유희석 원장은 “AI시대 의사는 ‘프로슈머(Prosumer)’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기술 개발자로서 AI 기술을 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도하는 의사들이 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일은 대체되겠지만 의사라는 직업 고유의 역할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사가 환자를 대면 진료하는 시간은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박래웅 아주대의대 의료정보학과 교수는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간단한 엑스레이를 스크리닝 하는 등 허드렛일을 획기적으로 줄 것”이라며 “대체되는 게 아니라 윤택해 질 것”이라고 전했다.
‘AI 프로슈머’ 늘면 글로벌 의료 선도 가능
전문가들은 AI 기술 교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의사들이 많아야 미래의료를 주도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백롱민 회장은 “영국의 경우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기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의대교육에서 시작할 것이 아니라 초등교육과정부터 융합학문을 가르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 간 가장 똑똑한 자원들이 의료분야로 모여들었다. 유능한 인재들에게 의료와 IT를 융합하는 방법을 교육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의사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래웅 교수는 “현재 의대, 인턴, 레지던트를 밟으며 데이터 분석, R프로그래밍을 접할 기회가 없고 융합 교육을 담당할 의료정보학자들도 부족하다”면서 “아주대는 관련 과목을 7학점 필수로 듣도록 하고 있는데, 전체 대학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희석 원장은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서 의료정보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결과 최근 의료정보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의대생들이 다수 늘고있다”면서 “생산자적 관점을 가진 인재들이 많아져야 미래 의료를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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