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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사회 곳곳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해 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촌각을 다투며 심폐소생술을 하고 거대한 화마(火魔)에 맞서 싸우기도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힘쓰고 있을 소방공무원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군인이나 경찰과는 다른 방식으로 국민의 안전 향상에 힘쓴다. 그런데 경찰이나 군인에게는 있지만 소방관에는 없는 게 있다. 바로 병원이다.
기획재정위원회 조경태 위원장은 최근 ‘소방병원 건립 문제점 및 해결방안’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고 소방병원 건립 필요성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이전에도 소방병원 설립은 몇 차례 추진된 바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낙선했고, 국민안전처도 금융권 노사가 출연한 사회공헌자금을 활용해 소방병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투자 대비 비효율적이라는 벽에 부딪쳤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정부는 예산을 문제로 소방병원 설립에 거듭 난색을 표했다.
보건복지부 임호근 응급의료과장은 "병원 설립보다 소방관이 자주 겪는 질환 치료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권역별로 외상과 화상치료를 지원토록 하고 정부도 그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병원 설립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역시 “소방병원처럼 특화된 병원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경찰병원도 연간 300억원씩 적자다. 의료진 확보도 어렵고 병원 이용률이 떨어지면 비효율성 문제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소방관들이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소방전문진료센터 60여 곳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소방관이 해당 센터를 이용하더라도 별다른 실익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소방병원 설립이 이런 문제의 해답이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소방병원 설립에는 1000억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화상이나 외상, PTSD 치료 등에 집중하고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 수치 파악은 어렵지만 경찰병원이 매년 3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소방병원도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물론 ‘착한 적자’ 관점에서 바라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핵심은 한 곳의 소방병원에서 전국 모든 소방관들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소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질병이나 재해라면 위급한 경우도 있을텐데 몇 시간에 걸쳐 환자가 소방병원으로 이송되는 시스템은 효율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1000억원대 예산이 들어가고 매년 적자가 발생하는데 효율적인 치료가 이뤄지지도 못한다면 소방병원의 지속가능성에는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복지부가 제시한 권역별 외상 및 화상센터를 지정해 소방관들 치료를 맡는 게 보다 투자 대비 효율적이며 현실적이다.
소방관 진료비 감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소방관들이 재해를 입었을 때 마음 놓고 방문할 수 있는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이고, 진료비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 볼 수 있겠다.
상징적으로 병원 한 곳을 설립하는 것보다는 소방관의 건강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각 권역에서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이다.
다행히 정치권과 정부기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소방관의 건강권 향상 문제가 이번 20대 국회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