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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中]“알파닥은 이미 현실화됐다. 외운 지식으로 환자를 치료하던 시대는 끝났다.”
데일리메디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 교수가 답한 내용이다.
‘알파닥 쇼크’는 없었다. 현직 의사들의 예측은 냉정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100명의 의대 교수 중 73명이 알파닥 개발에 찬성했다. 반대하는 의사들도 인공지능 도입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대세라는 것은 인정했다. 흥미로운 것은 의사들 예상이 인공지능 영역의 최전선에 서 있는 개발자들 시각과 유사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알파고의 활약은 예측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공지능은 현재 전 산업영역에서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을 만큼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일례로 금융권에서는 투자자문 인공지능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소비자들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해 작성된 소설이 문학 공모전 1차 예선을 통과했다. 인간의 고차원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영역까지 인공지능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의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딥러닝에 기반한 각종 인공지능은 이제 거의 완성된 형태를 갖추고 진료에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스타트업도 딥러닝 기반 AI의료 가세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이 여기에 활발하게 뛰어들고 있다. 2013년 KAIST에서 인공지능기술을 연구하던 대학원생들이 만든 ‘루닛(Lunit)’이 대표적이다.
루닛은 의료영상으로부터 병변을 판독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대량의 의료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더 정확한 이미지 인식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14년에는 구글을 누르고 이미지 인식 분야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ILSVRC(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hallenge)’에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기업 ‘스탠다임(Standigm)’은 인공지능을 통해 약물 조합 시너지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알고리즘을 통해 약물조합 실험을 훨씬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스탠다임은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AstraZeneca)’가 주최한 약물 효과 예측 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앞으로 자가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인공지능 의사 출현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개발자들은 CPU와 메모리로 이뤄졌던 컴퓨터의 구조를 점차 사람의 뇌를 닮도록 개선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뉴로컴퓨터(neuro computer)가 해당된다. 여기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 기술을 결합하면 인간처럼 자아를 가지고 행동하는 ‘강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능가하는 ‘특이점(singularity)’은 2045년경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알파닥의 출현은 생각보다 빠를 수도 있다.
의사 ‘직업’이 아닌 의사‘직무’ 대체
하지만 인공지능이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지난 2015년,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미국 내 800개 직업을 대상으로 이들이 자동화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각 직업의 직무를 2000개로 세분해서 검토했더니 이 중 45%가 자동화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사람의 자리를 기계가 완벽하게 대신할 수 있는 직업은 단 5%에 그쳤다.
다른 분석 결과도 비슷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구축한 모델링에 따라 각 직업군별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을 측정해보면 재활의학의사가 0.3%로 가능성이 제일 낮았다. 내과 및 외과의사도 0.4%에 그친다.
한국 고용정보원 또한 자동화 대체 가능성이 제일 낮은 직군으로 ‘임상심리사 및 기타 치료사’를 꼽았다.
이와 관련 뷰노 감혜진 박사는 “언제 누가 어디서 해도 같은 답(答)을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은 인공지능이 아니어도 도태되기 마련” 이라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벌어주는 시간들을 좀 더 의미있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인공지능은 의사라는 직업에 맡겨진 전반적 과정이 아닌 업무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인공지능이 가진 실수의 가능성 때문이다.
구글의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구글카’는 지난 6년 동안 총 17차례의 사고를 냈다. 최근 구글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최초로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미국 주식시장서 초단타 매매를 담당하는 인공지능의 실수로 순식간에 1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증발되기도 했다.
한 번의 실수라도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의료영역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의사의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닥터왓슨’으로 불리는 IBM 의료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왓슨은 진단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내리지는 않는다. 의사가 부족한 병원에서 효율적 진단과 치료 처방을 위해 활용될 뿐이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만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의료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 역량이 의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서울와이즈요양병원 김치원 원장의 전망이다.
일선의 견해도 이와 비슷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 의사는 “알파닥은 어디까지나 질환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의사들의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결국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사의 역할은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 각 분야에 안착될 수 있으려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각 데이터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왜 중요한지를 알고리즘에 집어넣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데이터에 대한 분석력을 가진 관련 업계 종사자가 없다면 인공지능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결국 인공지능을 활용해 의학의 전반적인 발전을 도모할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여기에 의존하고 말 것인지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의사들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진보된 기술을 뒷받침하는 제도 필요
인공지능 기술력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선 기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 예로 인공지능이 활용할 수 있는 의료데이터 관련 법안이 모호해 각종 소프트웨어의 시장 진출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공지능 발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딥러닝은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 수록 능력이 개선, 발전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데이터가 증가하게 되면 2020년에는 전 세계의 데이터가 약 44조 기가바이트(GB)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최근 들어 크게 발전한 것은 이처럼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한 몫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 비해 인공지능 관련 법안이 모호해서 개발자 등 관계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뇌졸중 환자들을 위한 재활의료기기 개발업체 ‘네오펙트’의 반호영 대표는 “의료데이터 규제가 제일 힘든 부분이다”며 “한국의 경우에는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도 명확한 답변이 없다. 규제적인 측면이 조금 더 명확한 미국에서 먼저 제품 서비스를 하려는 이유도 그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의료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곳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다. 심평원은 이를 공공데이터로 분류해 필요로 하는 의료기관이나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도 창업 공모전 등을 통해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홍보가 부족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따르는 데이터 제공 기준도 인공지능 관련 조항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뷰노 이예하 대표는 “많은 스타트업이 의료기기로서의 심사나 규제 관련해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아직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가 인허가를 받은 것은 없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기존에 있던 규제와 법안을 다양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까지 포괄하여 적용하기란 어렵다. 이미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한 기술이 활약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다음은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주요 의대 교수들이 기술해준 내용을 일부 소개합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대학병원에 준해 포함시켰습니다. 병원별 참여교수 숫자가 달라 코멘트 양의 차이가 있습니다다. [가나다 順]
가천대 길병원
“기피과로 여겨졌던 외과는 알파닥이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알파닥 치료가 도입되면 외과 기피 현상이 오히려 내과 기피로 전환될 것이다.”
“알파닥은 이미 현실화됐으며 외운 지식으로 환자를 치료하던 시대는 끝났다.”
건국대병원
“임상 실습, 수련시 현장의 임상 상태, 수술에 대한 기술을 잘 수련, 학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단순하고 일상적인 업무의 중요도는 감소되고 고도의 판단력과 술기가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의학이 나아갈 것이다. 또 향후 필요한 의사의 수가 줄어들며 정신과, 재활의학과, 외과 중심으로 의사가 편향될 것으로 예상한다.”
“암기 위주 공부보다 전반적인 질병에 대한 이해와 타과와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치료를 해 나갈 수 있는 지식 배양이 중심이 된다. 높은 윤리 의식 및 시민 의식을 함양한 의사를 키우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알파닥의 출현으로 발생한 잉여 의료인력을 중환 및 어려운 환자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높은 수준의 의료를 추구하는 움직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선택과 집중이 인류의 생명 연장과 의료계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의료인들의 희생으로 담보된 현 의료시스템이 바뀌어 의료계의 복지가 향상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주체가 의사가 되어 알파닥을 잘 활용한다면 진단 및 치료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이에 따라 환자가 혜택을 볼 것이다. 그러나 의사의 경험과 직관을 무시한 채로 알파닥이라는 시스템을 맹신하는 풍조가 생긴다면 환자에게 미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삼성서울병원
“알파닥이 의학적 소견을 보충하는 역할을 해 진료가 상향평준화 할 것이다. 따라서 의사에게는 의료지식 암기보다 지식을 통합하고 직관적으로 적용하는 능력, 환자와 공감하는 능력, 환자에게 배려 깊게 의료 행위를 전달하는 능력이 더욱 강조된다.”
서울대병원
“인공지능을 진료에 잘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쪽으로 의학교육이 바뀐다. 역시 인간인 의사가 할 일은 많을 것이며 그 중요성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서울성모병원
“의사들 경험과 감각은 책을 통해 배울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미래 의사의 중요 임무 중 하나가 알파닥의 (quality)를 유지하는 게 될 것 같다.”
서울아산병원
“방대한 지식을 암기하고 장기간의 수련을 통해 술기를 익히는 전통적 의학 교육 체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의학 자체 뿐 아니라 인공지능 등 고(高) 기능화 되는 의료장비의 심층적인 이해와 환자 치료를 위해 공학 및 기타 인접 학문 지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임상진료의 단순한 작업들이 인공지능에 기반한 기계로 대체되면 이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보다 더 중요한 의사의 역할로 부각될 것이다.”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고도의 종합적·분석적 사고와 판단, 치료계획의 수립, 환자와의 인간적 교감 및 정서 상태 파악에 대한 의사의 역량이 강조된다. 미래의학은 환자중심의 진단과 치료에 집중될 것이다. 각종 검사결과 해석·진단 등을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대신 의사는 환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알파닥이 출현한다면 수행하는 역할이 바뀔 수는 있으나 수술/시술과 같은 의사의 기본적인 업무는 크게 영향이 없겠다. 다만, 기술 발달과 시대적/사회적 문화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의사들로부터 직접 진료를 받으려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해질 것 같다.”
세브란스병원
“다양한 유형의 가상환자 설정이 가능하므로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순천향천안병원
“알파닥은 의료계 전체가 아닌 부분적인 대체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며 알파닥과 관련이 적은 분야에 편중돼 의학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 교육에서의 활용도가 많아질 것이다.”
“알파닥은 의료계 전체가 아닌 부분적인 대체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며 알파닥과 관련이 적은 분야에 편중되어 의학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며 알파닥으로 대체되는 분야에서 의사 역할은 축소될 것이므로 교육 및 실습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 알파닥의 논문 검색이 더 쉬어 최신 지견으로 환자 진료와 치료를 할 수 있다.“
아주대병원
“Data science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다. EBM(Evidence-based medicine)에서 Evidence의 의미가 변해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
“암기 및 지식 습득보다, 최신 의학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교육환경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의사 또한 의료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굳이 대학병원 의사교수에게 강의를 들을 필요 없이 알파닥을 통해 학생 스스로 배우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 같다. 그러나 임상 실습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인하대병원
“알파닥은 질환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 등 진단에 있어 의사들에게 보조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등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복잡한 증례의 진단을 하기 위해 도움을 받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활용 기법에 대한 교육도 필수가 될 것이다. 대신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젊은 의사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기계에 의존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게 된다.”
한강성심병원
“각종 진단 수술 장비의 발전으로 인해 전반적인 트레이닝 환경에서 발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의학과 등 일부 진료과 전공 희망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