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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억원대 요양급여비 환수처분을 놓고 벌이는 14개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간 법정공방에서 결국 심평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졌다.
법원은 심평원이 기존의 진단 의료기술을 신(新)의료기술로 오인한 1차 평가 내용을 기준삼아 주요 대형병원들이 청구한 요양급여 비용을 환수하려 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가 최근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외 13곳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정산처분 취소청구 소송’ 항소심을 기각 판결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 사건은 2014년 5월, 심평원이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의료기관들이 진료한 면역학적 검사행위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정산(환수) 처분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고려대의대부속병원·고려대의대부속구로병원·고려대의대부속안산병원▲서울성모병원·부천성모병원·성빈센트병원·의정부성모병원▲건국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고신대복음병원▲부산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원광대병원▲가천대길병원▲인하대병원▲동국대일산불교병원▲중앙대병원·중앙대부속용산병원▲동아대의료원▲중앙보훈병원▲분당차병원·강남차병원 등 원고 측 14곳이 운영하는 총 22개 병원은 총 56억7000여만원의 환수 처분을 받았다.
이들 병원들은 해당기간 동안 자가면역질환 의심 환자들을 상대로 독일 Euroimmun AG사가 제조한 진단의약품 ‘EUROLINE Anti-ENA Profileplus 1’을 사용해 체외진단을 했다.
이후 보건복지부 고시 상 요양급여 대상에 등재된 ‘항ENA 항체검사’로 요양급여비용 심사청구를 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각 병원에 지급했다.
그런데 심평원이 병원들 청구 요양급여비용을 부당 청구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병원들이 한 의료행위는 '면역블롯법(Immunoblot)으로 시행한 항 ENA 항체검사'인데, 이는 2009년 8월경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아 신의료기술평가신청이 반려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할 수 없는 항목이므로 이는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반면 병원들은 "환수 처분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들은 "해당 의료행위는 기존 진단기술인 EIA법(효소면역측정법)에 속하는 LIA법으로 체외진단을 실시했다. EIA법은 요양급여 대상 급여행위에 포함되는 검사방법 중 하나이므로 이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복지부장관이 2009년 7월경 이 의료행위에 대해 조기기술이라는 이유로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을 반려했지만, 이는 당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해당 의료행위를 기존 진단기술인 EIA법이 아닌 새로운 진단기술인 '면역블롯법'으로 오인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후 재심의 결과에서 1차 평가와 복지부의 반려결정이 잘못됐음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논란은 1차 신의료기술평가에서 촉발됐다고 할 수 있다.
주식회사 웅비메디텍이 2005년 8월 독일의 한 업체로부터 자가면역질환 진단의약품인 해당 의약품을 수입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2008년 연세의료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의료행위에 대한 1차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했으나 2009년 보건복지부는 이를 반려했다.
당시 연세의료원은 이 의료행위의 신청기술명을 ‘항 ENA 항체검사(면역블롯)’로, 검사방법은 ‘자가면역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6가지 항추출액 항원에 대한 가가항체를 면역블롯법을 이용해 동시에 시행하는 검사’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해당 의료행위가 항 ENA항체의 검사방법으로 등재되지 않은 새로운 검사방법이라고 판단, ‘조기기술’로 심의 의결했고 복지부는 이를 판단 근거로 삼았다.
항ENA 항체검사에는 ELISA, 웨스턴블롯법, LIA법 등이 있는데, 면역블롯(Immunoblot) 기술은 웨스턴블롯에서 유래해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웨스턴블롯법과 EIA법은 서로 다른 기술이다.
문제는 의료계에서는 LIA법을 이용한 이번 사건 진단의약품이 외형 등에서 면역블롯(immunoblot)과 유사해 웨스턴블롯, 면역블롯(Immunoblot), LIA를 모두 통칭해 ‘immunoblot’으로 불려왔던 것이다.
결국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통칭을 구체적인 기술명으로 오인하면서 면역블롯법을 전제로 평가를 하면서 '조기기술'로 평가하게 된 것이다.
이후 웅비메디텍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다시 신의료기술평가 신청했고, 2차 평가에서는 '기존기술에 해당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됐다.
2차 평가에서는 검사방법 통칭인 Immunoblot이 아닌 EIA법으로 특정해 신청기술명을 ‘항 ENA항체 검사’로 정하고, 검사방법 또한 EIA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은 “1,2차 신의료기술평가가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1차 신의료기술평가가 위법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심평원은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해당 기술은 여러 항원을 동시에 검사하는 것인데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각 항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판단하던 시절이었으므로 사실관계 부분에 대해 다시 주장할 여지가 있다’는 게 심평원측 판단이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1차 신의료기술평가 당시 외형 등의 유사성으로 인해 면역블롯법이라고 통칭해 썼는데,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이를 구체적인 기술명으로 오인한 나머지 해당 검사방법에 대해 면역블롯법으로 전제한 신의료기술평가를 진행해 이를 조기기술로 심의 평가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기초로 보건복지부장관이 내린 1차 신의료시술평가에는 명백한 사실 오인 하자가 있으므로 이를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의료행위를 조기기술로 판단한 보건복지부장관의 1차 신의료기술 평가는 그 효력이 없고, 오히려 이 사건 고시에 요양급여 대상으로 등재된 급여행위에 해당하므로 신의료기술이 아닌 기존기술로 확인된 이상, 원고들이 2차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전 이 사건 의료행위를 실시한 후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