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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예방약물 발견···폐암 정복 새 지평
의약학단 '창의연구' 선정 첫 여성 과학자 이호영 서울약대 교수, "책임감 막중"
[ 2016년 08월 08일 15시 15분 ]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자연과학 분야 곳곳에서 점차 여성 과학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의약 분야는 여전히 남성들의 전유물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여성 연구자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사업의 수행자로 선정돼 눈길을 끈다. 지원 분야는 의대·약대·치대가 속한 의약학단을 대상으로 한 '리더연구자 지원사업(창의연구)'이다.
 

주인공은 이호영(54·여) 서울대 약대 교수다. 이 교수는 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고 기쁘다"며 "주변 여교수들도 같이 기뻐해 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성 교수 비율이 점차 느는 추세지만 아직 서울대 약대에서 여교수는 50명 중 8명에 불과하다. 암 중에서 위암, 간암 등을 주로 다뤄온 국내 의약계 실정상 기초 분야에서 폐암만을 연구하는 인력도 매우 적다.
 

이 교수는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역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폐암 부문 전임강사, 조교수를 거쳐 종신교수를 따냈다. 5년 전 국내 후학을 양성하고자 서울대로 왔다.
 

 

폐암의 주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졌고, 미세먼지와 스트레스, 노화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졌지만 이들 요인이 어떤 방식으로 폐암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흡연이 어떻게 폐암을 활성화하는지 단서를 밝혀냈다.
 

그는 "흡연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폐암을 야기한다는 것이 기존 생각이지만 유전자 변화와 상관없이 흡연이 어떤 인자의 신호전달 기작(메커니즘)을 활성화해서 암세포가 빨리 자라도록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또 이 신호전달 구조를 막는 기존 약물을 활용하면 폐암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증명했다. 이 교수는 관련 논문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동물 실험에서 질환 치료제 효능을 증명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통해 이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을 추적해봤더니 폐암 진단율이 적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한 약물을 개발하는데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전에 다른 질환에 사용되는 약물을 써서 예방효과를 낼 수 있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발견이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20년 넘게 노력해왔지만, 폐암 연구는 여전히 쉽지 않은 분야다. 우리나라에서 간암 등의 암 생존율이 크게 상승한 것과 비교해 폐암 생존율은 20년 전 14%에서 현재 20% 미만으로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난치병 연구는 굉장히 보람되면서도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폐암은 말기로 진행하기 전에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고 말기 암은 치료가 거의 불가능해 예방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연과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인자들 때문에 폐암에 걸릴 위험성은 점차 늘고 있다"며 "폐암 유발 메커니즘을 밝히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암 얘기를 할 때 매우 진지했던 이 교수는 후배 여성연구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가족'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선배로서 경험담과 함께 진심어린 조언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에서 일할 때 실험하고 논문을 쓰면서도 연구실에서 아들 숙제를 봐주고 등하교까지 챙긴 '슈퍼 맘'으로 통했다.
 

이 교수는 "당시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들 덕에 원동력을 가진 것 같다"며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이 가족인 만큼 여성연구자들이 가족을 포기하지 말고 강한 소신과 정신력으로 이겨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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