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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거목 조진규 교수, 후학들 마음에 영면하다
시대적 아픔 속 의학계 발전 이끈 발자취 '또렷'…"의사라서 행복"
[ 2016년 08월 24일 06시 23분 ]

“늦은 밤까지 진지하게 연구하는 생활은 해방 후 대한민국 이비인후과를 메고 가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우리들은 옆에서 배울 겸 도와드리고 선배가 베풀어 주시는 저녁식사를 그렇게 고맙게 생각할 수 없었다.” - <이비인후과 의사의 40년> 정년퇴임 기념강연 中


대한민국 이비인후과학의 기반을 다지고 의료계 발전에 크게 기여한 조진규 제5대 경희의료원장(94)이 지난 23일 새벽 5시 타계했다.


그는 대한청각학회 회장,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회장, 대한두경부학회 회장, 부산대병원장, 경희대병원장, 경희대의료원장, 대한병원협회 상임이사, 대한의학협회 대의원 등을 역임하며 학계와 의료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고인의 삶은 역사 그 자체다. 시대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발전을 거듭해온 수 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가능했을 터. 데일리메디가 故 조진규 前 원장이 남긴 발자취를 돌아봤다.


이북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1회 졸업생인 그는 1947년 본격적인 의사생활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는 곤궁했지만 이비인후과학에 대한 열망으로 본교에 남아 계속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1950년 6.25전쟁을 겪으면서 그가 몸담고 있었던 서울대병원도 군대에 포위됐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육군병원으로 시설과 인원을 합해 전환됐고, 잉여 인원은 사방으로 분산 배치됐다.


군 요청에 따라 해군에 입대한 그는 군의관으로 제주해군병원에 발령, 한국 함정에 승선해 해상근무 1년을 한 뒤 진해해군병원으로 옮겼다. 이후 미국 샌디에이고 해군병원에서 연수를 마치고 다시 진해해군병원으로 복귀했다.

진해해군병원에 재직하면서 1958년부터 부산대학병원의 공식 요청과 해군병원 측의 양해로 약 2년 동안 매주 2일씩 부산대병원에서 무보수로 진료와 교육에 봉사했다.


그의 군복무는 무려 7년 6개월만인 1958년 9월에 끝이 났다.


조진규 원장은 “당시 대학교수를 포함한 의학계 중견들이 모두 국가의 존립을 위해 일선에서 또는 후방에서 국민의 도리를 다할 때였고 의학계의 중추적 역할이 대학에서 군으로 이양된 격이었다”고 회고했다.


1959년부터는 부산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일본이비인후과학회, 국제안면신경외과학회, 미국 소아이비인후과질환심포지엄, 아세아-오세니아 이비인후과학회 한국대표로 참석하거나 강연을 하는 등 국제 학술교류에 힘썼다.

이후 1977년 3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활동을 시작해 이비인후과 과장과 경희대학교병원 병원장을 거쳐 1985년 의료원장을 맡으며 의료원 발전을 이끌었다.

실제 1977년 당시 희귀한 후두실탈출증 환자를 발견해 보고했으며, 1978년 양안부에 봉와직염 증례를 발표했다. 또한 당시 국내 보고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측상악동에 발생한 악성흑생종을 진단, 학계에 보고했다.


의료원장으로 일하면서 학술지 경희의학을 창간했고, 약 55억원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7층 400병상 규모의 신축병동을 완공해 1985년 10월 개관했다.


자제들도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됐다. 경희의료원 조중생 교수, 을지대병원 조진생 교수가 가업인 의사, 그것도 아버지와 같은 이비인후과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의 지난 삶을 기록한다는 것은 일견 쉬운 일 같이 보이지만 잘 생각하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요. 달리 생각하면 자신을 비하하는 것으로 객관성이 결여되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이비인후과 의사의 한사람으로 지낸 40년을 돌아보며 때로는 타의로 딴 길을 걸어간 것들을 기록해 후학들로 하여금 이러한 의사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후학들의 인생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故 조진규 원장이 정년퇴임 기념강연에 앞서 했던 말이다. 고인의 영결식은 오는 25일 오전 8시 경희의료원 장례식장 3층에서 진행되며, 그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영락동산에서 영면한다.

허지윤기자 jjy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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