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동맥류 환자에 대해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던 중 술기 미숙으로 혈관을 파열시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병원이 소송에서 패해 1억70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술기가 뛰어난 의료진이었다면 출혈을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게 법원 판단의 취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부장판사 정은영)는 망인 정모씨 유족들이 학교법인 C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C학원은 A씨 유족에게 1억7000만원을 배상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정씨는 왼쪽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C학원이 운영하는 I병원에 내원했다. 뇌 자기공명혈관촬영술(MRA)을 실시한 결과 오른쪽 원위부 내경동맥에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정밀검사를 위해 입원해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한 결과 우측 후교통동맥에서 뇌동맥류와 우측 중대뇌동맥의 수평분절에 작은 동맥류성 병변이 진단됐다. 정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수술 설명을 듣고 코일내색전술을 받았다.
그런데 시술 도중 우측 후교통동맥의 뇌동맥류를 코일로 채우는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해 조영제가 새나갔다. 코일로 뇌동맥류를 완전히 채워 지혈을 시도했는데도 불구하고 조영제가 새는 현상은 멈추지 않았다.
의료진은 정씨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응급 개두술을 실시했다. 두개골을 열자 경막이 팽창돼 뇌가 심하게 부어있었다. 의료진은 광범위하게 경막을 절개해 감압하고 뇌척수액을 배액해 뇌부종을 완화시켰다.
뇌동맥류 부위를 확인하자, 후교통동맥의 뇌동맥류와 모동맥인 우측 원위부 내경동맥의 연접 부위가 손상돼 출혈이 계속 일어났다. 의료진은 혈관 손상 부위에 클립 결찰술을 실시하고 봉합하려 했으나, 뇌부종과 출혈이 심해 불가능했다.
이에 의료진은 뇌경동맥 출혈부위 양 옆을 결찰해 지혈하고 뇌부종 완화를 위한 감압적 두개골 절제술을 시행한 후 수술을 종료했다.
정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으나 뇌부종은 가라앉지 않았다. 혈압은 계속 저하됐고, 저산소증 증상도 악화됐다. 결국 정씨는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 소생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정씨 유족 측은 "의료진은 코일색전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미세도관 및 코일 등으로 뇌동맥류를 찔러서 파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 시술 중 뇌동맥류가 파열돼 다량의 지주막하출혈, 뇌실내 출혈, 뇌부종이 발생했다“면서 병원 과실을 주장했다.
C학원 측은 "뇌동맥류와 고혈압으로 인해 혈관벽이 얇아지고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수술 중 혈압이 불안정해 졌고, 이로 이해 혈관이 자연적으로 파열됐던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미세도관 및 코일을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무리하게 힘을 줘 혈관이 파열됐다고 판단해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혈관 부위가 뇌동맥류와 내경동맥의 연접지점인 점에 비춰 코일색전술 도중 의료진의 미세도관 또는 코일 조작 미숙으로 혈관 기시부를 찌르면서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코일색전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기는 하지만 의사의 술기 습득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고혈압환자라고해서 코일색전술을 받는 데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고, 외려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발생한 환자들 대다수가 고혈압을 기저질환으로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때문에 의료진도 코일색전술을 권유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단지 고혈압의 기저질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술기상 과실과 무관하게 혈관 파열이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다만, 시술 도중 뇌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응급 개두술을 시행하는 등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조치를 다했던 점을 고려해 병원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