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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이 프로포폴 마취를 시행하면서 환자 활력징후를 감시할 독립된 의료진을 두지 않았다면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부장판사 이창형)는 망인 A씨 유족이 L피부과의원 원장 B씨와 집도의 C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B씨 등은 1억4000만원의 배상금을 A씨 유족에게 지불해야 한다.
망인 A씨는 종아리근육퇴축술을 받기 위해 L의원에 내원했다. 집도의 C씨는 A씨로부터 수면마취동의서를 받고 프로포폴 마취를 시행하기로 했다.
수술 당일 오후 3시7분경 C씨는 A씨에게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부착하고 상태를 관찰하면서 프로포폴 10cc(100mg)를 정맥에 주입했다. 이후 프로포폴 40cc(400mg), 케타민 0.5cc가 섞인 수액을 시간당 40cc로 투약했다.
그런데 16분 뒤인 15시23분경 망인에게 부착한 산소포화도 측정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C씨는 수액 주입을 즉시 중단하고 에피네프린 1cc를 투약한 후 엠부배깅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C씨는 119 구급대를 호출해 A씨를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도착 당시 A씨의 맥박은 만져지지 않고 심장 리듬은 거의 없는 등 신경학적 혼수상태였다. 뇌파검사 결과 중증 뇌손상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A씨는 다른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이 초래한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
A씨 유족은 “마취 약물 투약 과정에서 의료진이 활력징후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마취 및 시술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1, 2심 재판부는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마취 후 환자의 활력 징후를 감시할 전담 인력을 두지 않은 게 L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환자감시장치 경고음이 발생할 경우는 물론 활력징후가 정상 수치 범위 내에 있더라도 마취 전담 인력이 수술 중 환자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상태 변화를 집중 관찰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시술 당시 집도의 C씨 외에 수술실에 있었던 간호조무사나 실습생이 산소포화도 측정기 외에 망인 상태 제대로 감시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C씨는 망인의 맥박, 혈압, 호흡, 체온 등 활력 징후 중 혈압은 측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병원에 기관 내 삽관 장치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L의원 측은 ‘마취과 전문의나 시술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된 의료진으로 하여금 활력 징후를 감시토록 하는 것은 현실의 임상수준을 벗어난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독립된 의료진에 의한 활력징후 감시 필요성은 통상적인 의학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경제적 이유 때문에 마취 전담 인력을 두지 않는 관행이 일부 있다는 사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취 부작용에 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과실도 인정됐다.
재판부 "C씨는 종아리근육퇴축술을 위한 마취 방법으로는 국소마취와 수면마취가 모두 가능한데, 두 방법의 장단점 및 그 부작용에 관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프로포폴 마취 과정의 위험성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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